[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소프트뱅크가 또 한 번 숫자로 시장을 뒤흔들었다. 오픈AI 지분 가치 급등에 힘입어 1~3월 분기 순이익이 약 1조 8,300억엔(약 116억~120억 달러, 약 17조원)으로 전년 동기(5,170억엔) 대비 3배 이상 뛰어오르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 ‘AI 잭팟’ 뒤에는 400억 달러 무담보 브리지론과 신용등급 ‘부정적’ 전망이라는 묵직한 리스크가 겹겹이 쌓여 있다.
숫자로 보는 ‘오픈AI 효과’
reuters, tradingview, letsdatascience, finimize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26년 1~3월 분기(회계연도 2025 4분기)에 순이익 1조 8,300억엔(약 116억 달러)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5,170억엔에서 세 배 이상 뛴 수치로, LSEG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컨센서스(2,360억엔)를 압도적으로 상회했다. 재무 책임자(CFO) 고토 요시미쓰는 “연간 5조엔 수준의 이익은 일본 기업 역사상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실적을 뜯어보면 ‘승부처’는 단연 비전펀드와 오픈AI다. CNBC에 따르면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2025 회계연도에만 약 460억 달러(엔화 기준 약 3조엔 중반대)의 평가이익을 냈는데,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오픈AI 지분 가치 상승에서 나왔다. 같은 분기 비전펀드 부문 이익만도 약 3.1조엔(약 200억 달러)에 달한다는 보도도 나온다. 사실상 “오픈AI가 비전펀드와 소프트뱅크 연결실적을 통째로 끌어올렸다”는 말이 과장이 아닌 셈이다.
‘11%→800억 달러’로 불어난 오픈AI 지분
오픈AI는 이번 실적 시즌에서 숫자로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TD 코웬의 크리시 산카르 애널리스트는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오픈AI 지분(약 11%)의 가치를 2025년 12월 말 544억 달러에서 2026년 3월 말 약 800억 달러로 상향 추정했다. 그 배경에는 2월에 단행된 오픈AI의 대규모 프라이빗 라운드가 있다.
해외 매체 보도에 따르면, 오픈AI는 2월에 총 1,100억 달러 규모 자금을 유치하면서 기업가치를 프리머니 기준 7,300억 달러로 평가받았다. 이 라운드에는 소프트뱅크 300억 달러, 엔비디아 300억 달러, 아마존 500억 달러가 참여해, 생성형 AI ‘빅3’가 사실상 오픈AI의 자본 구조를 공동으로 떠받치는 그림을 만들었다.
소프트뱅크는 2025년 한 해에만 비전펀드 2를 통해 오픈AI에 300억 달러 이상을 투입했고, 12월에는 225억 달러 규모 추가 투자를 마무리하며 지분율을 약 11%까지 끌어올렸다. 누적 투자액은 300억 달러를 넘어섰고, CNBC와 야후파이낸스 등은 누적 투자이익이 약 450억 달러 수준에 달한다고 전하고 있다. 오픈AI 한 종목에서만 “투자원금 이상을 이미 벌어들였다”는 계산이 가능한 구간이다.
브리지론 400억 달러와 ‘부정적’ 신용전망
문제는 이 ‘대박’이 점점 더 부채로 레버리지되고 있다는 점이다. AP와 각종 금융 전문매체 보도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2026년 3월 JP모건 체이스, 골드만삭스, 미즈호은행, 스미토모 미쓰이은행, MUFG은행 등을 주선사로 400억 달러 규모의 무담보 브리지론을 확정했다. 만기는 2027년 3월로, 목적은 오픈AI에 대한 추가 300억 달러 후속 투자와 일반적인 기업 운영자금 조달이다.
CNBC와 야후파이낸스에 따르면 이 가운데 200억 달러는 4월까지 이미 인출됐고, 약 25억 달러는 상환이 이뤄진 상태다. 소프트뱅크는 2026년 말까지 추가로 300억 달러를 오픈AI에 투입해 누적 투자액을 약 646억 달러, 지분율은 약 13%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동시에 오픈AI 지분을 담보로 한 마진론도 별도로 구조조정하며 목표 규모를 약 60억 달러 수준으로 조정하고 있다.
이 같은 ‘빚내서 AI에 올인’ 전략에 신용평가사도 제동을 걸었다.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3월 소프트뱅크의 신용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하며, 오픈AI를 비롯한 AI 자산군에 대한 과도한 집중 투자와 브리지론·마진론으로 인한 레버리지 확대를 주요 이유로 꼽았다. 자산 유동성 악화, 포트폴리오 질 저하, 시장 하락 시 담보 가치 급락 리스크 등이 지적됐다.
‘AI 인프라 제국’ 구상과 포트폴리오 편중 리스크
소프트뱅크의 배팅은 단순한 지분투자를 넘어 AI 인프라 전반으로 확장되는 중이다. 독일·영국 등 유럽 언론에 따르면 소프트뱅크는 프랑스 정부와 협력해 대규모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를 타진하고 있으며, 영국 AI 칩 스타트업 그래프코어(Graphcore)에도 누적 4억 5,000만 달러 이상을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향후 250억 달러를 추가로 AI 관련 딜에 배정하겠다는 계획까지 공개되면서, 사실상 ‘글로벌 AI 인프라 지주사’를 지향하는 청사진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포트폴리오 구조를 보면 ‘집중된 도박’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채널뉴스아시아와 파이낸셜 분석매체 피나이마이즈(Finimize)는 “소프트뱅크의 수익성과 밸류에이션이 단일 비상장 자산(오픈AI)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으며, 이 비유동 지분의 사적 시장 평가가 한 분기에는 대규모 흑자를, 다음 분기에는 심각한 적자를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다”고 진단한다. 여기에 쿠팡, 디디글로벌, 클라르나 등 기존 비전펀드 포트폴리오에서 손실이 지속되는 상황은, 실질적으로 ‘오픈AI가 아니었으면 숫자는 훨씬 밋밋했을 것’이라는 점을 방증한다.
‘AI 버블’ 속 손정의의 역설
숫자만 보면 손정의 회장의 ‘AI 올인’ 전략은 현 시점까지는 완승이다. 300억 달러대 투자로 450억 달러가 넘는 평가이익을 거두고, 지분가치는 800억 달러 수준까지 부풀려졌다. 오픈AI의 7,30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 기업가치가 유지되거나 더 높아질 경우, 소프트뱅크의 재무제표는 당분간 ‘역대급 실적’ 타이틀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반대 시나리오도 같다. AI 투자 열기가 식거나, 규제·경쟁 심화 등으로 오픈AI의 사적 시장 밸류에이션이 꺾일 경우, 지금의 400억 달러 브리지론과 60억 달러 마진론, 그리고 추가 300억 달러 투자 계획은 순식간에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다. 특히 비상장 지분을 담보로 한 레버리지 구조는 시장 스트레스 상황에서 유동성 경색과 담보가치 훼손이 동시에 터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00년 닷컴 버블과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의 교훈을 떠올리게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소프트뱅크의 최신 분기 실적은, 한 기업이 어떻게 단일 AI 자산에 대한 레버리지 베팅만으로 ‘역대급 흑자’와 ‘신용불안’을 동시에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교과서적 사례다. AI가 만든 이 화려한 숫자들이 향후 몇 분기 동안 ‘새로운 정상’으로 자리잡을지, 아니면 또 다른 변동성의 전조로 남을지는, 결국 오픈AI와 글로벌 AI 사이클의 방향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