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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The Numbers] ‘반도체 4조 순매도’ 뒤집은 외국인…현대차·두산·레인보우로 쏠린 ‘피지컬 AI’ 큰손의 선택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외국인 자금이 한국 증시에서 반도체 대형주를 대거 정리하고 현대차·두산로보틱스·레인보우로보틱스로 대표되는 로봇·피지컬 AI 섹터로 급격히 회전하고 있다. 4월까지만 해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매수 우위를 보이던 외국인이 5월 들어선 정반대 포지션을 취하며, 코스피 주도 섹터 지형이 재편되는 조짐이다.

 

외국인, 5월 들어 ‘반도체 4조 순매도 vs 로봇 9000억 순매수’


한국거래소 집계에 따르면 5월 첫째 주(4~8일) 외국인 순매수 1~3위는 모두 로봇과 직결된 종목이었다. 현대자동차는 3,215억~3,240억원 안팎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외국인 ‘최애주’로 올라섰고, 두산로보틱스가 약 3,077억~3,160억원, 레인보우로보틱스는 1,770억~2,271억원 수준의 순매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 종목을 합친 외국인 순매수 규모는 9,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반대로 같은 기간 외국인은 반도체를 정면으로 팔았다. SK하이닉스는 2조 3,950억원 순매도라는 ‘최대 매도’ 불명예를 안았고, 삼성전자는 보통주 1조 550억원, 우선주 1조 420억원 등 합산 2조원이 넘는 순매도가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외국인은 이 짧은 구간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두 종목에서만 4조원 이상을 빼내 로봇·자동차·피지컬 AI 관련 종목으로 갈아탔다.

 

주목할 점은 개인 투자자와의 포지션 ‘역전’이다. 같은 기간 개인은 외국인이 던진 반도체를 그대로 받아냈다. SK하이닉스를 9,460억원어치, 삼성전자 우선주를 8,600억원어치 순매수하며 외국인 매물을 흡수했다는 집계가 나온다. 외국인은 로봇·피지컬 AI로, 개인은 반도체로 갈라지며 한국 증시 내 자금의 ‘크로스 포지셔닝’이 뚜렷해지는 형국이다.

 

현대차, ‘전통 자동차’에서 ‘로봇·피지컬 AI 성장주’로 재평가


외국인 매수 상위 1위에 오른 현대차는 이제 완성차가 아니라 ‘로보틱스·피지컬 AI 플랫폼’으로 스토리가 재편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최근 현대차 목표주가를 70만원에서 80만원으로 상향 조정했고, KB증권 강선진 애널리스트는 “현대차는 경쟁사보다 현실적인 로봇 사업 로드맵을 제시했고 계획대로 진행 중이며, 12개월 선행 PER 15.9배는 성장주 대비 여전히 저평가 구간”이라고 평가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초 충남 서남권에 AI·로보틱스·수소 클러스터 조성에 약 9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통한 휴머노이드 ‘아틀라스’와 물류·산업용 로봇을 동시에 키우며, 정의선 회장은 2030년까지 아틀라스 휴머노이드 로봇을 연간 최대 3만대 생산한다는 로드맵을 제시했다. 단순한 공장 자동화 수준을 넘어, 완성차 생산라인·물류창고·서비스 로봇까지 포괄하는 피지컬 AI 그룹으로 체질을 바꾸겠다는 포석이다.

 

외국인들이 3,000억원대 자금을 쏟아부은 데는 이러한 ‘미래 산업 내러티브’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된다. 기존 내연기관 자동차 수요 둔화 우려보다, 로봇·자율주행·소프트웨어 중심의 멀티플 재평가 기대가 더 크다는 신호다.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 ETF’, 테마를 공식화한 KB자산운용


이번 로봇·피지컬 AI 쏠림을 제도권 상품으로 구조화한 주인공은 KB자산운용이다. KB자산운용은 5월 12일 현대차그룹과 핵심 협력사에 집중 투자하는 ‘RISE 현대차고정피지컬AI ETF’를 신규 상장했다. 이 ETF는 기초지수인 ‘KEDI 현대차고정피지컬AI 지수’를 추종하며, 현대차 비중을 25%로 고정한 뒤 피지컬 AI(자율주행·로보틱스·공장자동화)와의 유사도 점수가 높은 상위 14개 종목에 투자하도록 설계됐다.

 

12일 기준 주요 편입 예정 종목 비중은 현대차 25.89%, 현대모비스 14.81%, 기아 13.77%, 레인보우로보틱스 9.59%, LG이노텍 9.27%, 현대오토에버 7.58%, LG CNS 3.92%, 두산로보틱스 3.49%, 로보티즈 3.15%, 에스엘 1.81% 등이다. 내연기관 중심 자동차 비중을 줄이고 로보틱스·AI 소프트웨어·스마트팩토리 관련 비중을 크게 늘려, 기존 자동차 ETF와 차별화를 꾀한 것이 특징이다.

 

운용사 측은 "안정적인 실적·재무구조를 갖춘 기업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짰다"며, "일반 로봇 테마형 ETF 대비 변동성을 낮췄다"고 설명한다. 사실상 현대차를 ‘피지컬 AI 지주’로 두고, 그 주변 생태계 상장사들을 한 바구니에 담는 구조로 외국인·기관의 로봇·자율주행 베팅을 제도화한 셈이다.

 

반도체에서 로봇으로…외국인 자금 회전이 말해주는 것


외국인들의 5월 초 행보는 두 가지 메시지를 던진다. 첫째, 단기적으로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대한 이익 실현 구간 진입이다. 3월 이후 외국인 매수로 반도체 대형주가 급등한 뒤, 5월 들어서는 4조원 이상 순매도로 방향을 틀며 차익을 실현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둘째, 그 자금의 상당 부분이 ‘차세대 주도 섹터’로 지목된 로봇·피지컬 AI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5월 외국인 순매수 상위 3개 종목이 모두 로보틱스 테마와 맞닿아 있다”며, “피지컬 AI가 반도체를 이을 차기 주도 섹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여기에 현대차를 정점으로 한 로봇·자율주행·스마트팩토리 밸류체인을 겨냥한 ETF까지 출범하면서, 외국인 수급 변화는 단순 ‘테마 장세’가 아니라 구조적 섹터 로테이션의 전조일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반면 개인 투자자는 여전히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를 앞세워 반도체에 베팅하고 있다. 외국인은 로봇·피지컬 AI, 개인은 반도체라는 극명한 포지션 차이는 향후 어느 쪽이 더 긴 호흡의 성장 스토리를 증명해 보이느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전망이다. 근거가 부족한 중장기 성과 예측은 불가능하지만, 최소한 5월 초 한국 증시에서 외국인 ‘큰손’의 선택은 더 이상 반도체가 아니라 로봇이라는 사실만은 분명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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