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한국이 2026년 1분기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생성형 AI를 도입한 국가로 떠오르면서, 아시아가 글로벌 AI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 1분기 AI 도입 증가폭 세계 1위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싱크탱크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The AI Economy Institute)’가 5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글로벌 AI 확산 2026년 1분기 동향 및 인사이트(Global AI Diffusion Q1 2026 Trends and Insights)」에 따르면, 한국의 생성형 AI 이용률은 2026년 1분기 기준 37.1%로 집계됐다.
이는 근로 연령 인구 중 최소 한 번 이상 생성형 AI 도구를 사용하는 비율로, 전 분기 대비 6.4%포인트(p)나 뛰어올라 조사 대상 국가 가운데 가장 가파른 상승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의 글로벌 AI 도입 순위는 18위에서 16위로 두 계단 상승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급등세가 단발성 이벤트가 아니라 2025년 하반기부터 이어진 추세의 연장선이라고 진단했다. 한국은 이미 2025년 하반기에 생성형 AI 도입률 순위가 상반기 대비 7계단 뛰어오르며 18위에 올라섰고, 그 과정에서 생산가능인구 기준 AI 사용률 30%를 돌파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2024년 10월 이후 한국의 누적 생성형 AI 사용률 증가폭은 80%를 웃돌아, 같은 기간 글로벌 평균 증가율(약 35%)을 두 배 이상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 내에서 AI 확산을 견인한 요인으로는 정부의 ‘AI 일상화’ 정책, 교육·공공서비스 분야의 신속한 도입, 그리고 소비자 측에서의 폭발적 호기심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한국은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규모의 챗GPT 구독 시장으로 부상하며, 유료 기반의 고급형 AI 서비스에도 과감히 지갑을 여는 ‘조기 수용자(early adopter)’ 국가라는 점을 각인시켰다.
아시아, 글로벌 AI 성장 엔진으로 부상
한국의 질주 뒤에는 아시아 전반의 구조적 상승장이 깔려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6월 이후 생성형 AI 사용자 비중 증가율 상위 15개 국가 가운데 12개가 아시아에 속했으며, 이들 국가는 모두 같은 기간 AI 사용자 수가 최소 25% 이상 증가했다. 한국에 이어 태국과 일본이 각각 36%, 34%의 증가율을 기록했고, 몽골·이란·라오스·튀르키예 등도 30%를 넘는 성장세를 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아시아의 급가속 배경으로 ▲장기간에 걸친 통신·클라우드 인프라 투자 ▲각국 정부의 국가 AI 전략 수립 및 규제 개선 ▲신기술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수용도 ▲주요 AI 모델의 한국어·일본어·태국어 등 아시아 언어 성능 향상을 꼽았다. 일본의 경우 2025년 상반기 56위에 머물던 AI 도입 순위가 2026년 1분기 48위까지 뛰어올랐고, 분기 기준 3.4%포인트 증가라는 수치는 글로벌 평균의 세 배를 웃도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은 이 같은 지역 추세의 최전선에서 ‘속도’와 ‘심도’를 동시에 끌어올리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교사와 학생이 수업 준비·과제 수행에 생성형 AI를 활용하는 사례가 빠르게 늘고 있고, 공공부문에서도 민원 응대·행정문서 초안 작성 등에서 AI 기반 서비스 도입이 확산되는 중이다.
민간 영역에서는 제조·금융·유통·콘텐츠 산업을 중심으로 코드 작성, 문서 요약, 마케팅 카피 제작, 영상 스크립트 작성 등 업무 전반에 AI가 침투하면서, ‘노동생산성 향상’에서 ‘업무 방식 자체의 재설계’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 세계 AI 사용률 17.8%…UAE·싱가포르 ‘초고도입’ 선도
글로벌 차원에서 보면, AI는 이제 ‘틈새 기술’이 아니라 주요국 노동시장의 구조를 재편하는 범용 도구로 자리잡는 모습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1분기 전 세계 근로 연령 인구 중 생성형 AI를 사용하는 비율은 16.3%에서 17.8%로 1.5%포인트 상승했다. 생성형 AI 사용률이 30%를 넘는 국가도 전 분기 18개국에서 26개국으로 늘어, ‘조기 확산 단계’를 넘어 ‘본격 확산 국면’에 진입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가별로는 아랍에미리트(UAE)가 70.1%로 1위를 지키며 ‘초고도입 국가’ 위상을 굳혔고, 싱가포르가 63.4%로 뒤를 이었다. 노르웨이(48.6%), 아일랜드(48.4%), 프랑스(47.8%) 등 북유럽·서유럽 국가들도 상위권을 형성하며, 디지털 인프라와 인적자본을 앞세운 ‘AI 선진국 클럽’을 형성했다. 미국은 31.3%의 사용률로 21위에 머물러, 아직까지는 국가 평균 기준에서 ‘중위권 상단’ 수준에 그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구도 속에서 한국의 37.1%라는 수치는 단순히 ‘성장 속도 1위’에 그치지 않고, 사용률 절대 수준에서도 이미 미국을 상회하는 ‘실질 상위권’에 올라섰음을 의미한다. 특히 30%를 넘긴 뒤에도 분기 6%포인트대의 추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향후 1~2년 안에 아시아 내 AI 도입 상위 그룹인 싱가포르와의 격차를 좁혀갈 여지도 크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심화되는 글로벌 AI 격차와 한국의 전략 과제
화려한 성장률 이면에는 구조적 격차도 뚜렷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노스(선진국)의 생성형 AI 사용률은 27.5%까지 올라간 반면, 글로벌 사우스(개도국)는 15.4%에 그쳐 양 지역 간 격차가 오히려 확대됐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같은 ‘AI 디바이드’의 원인으로 안정적 전력 공급, 고속 인터넷 연결, 디지털 리터러시 등 기본 인프라에서의 격차를 지목했다.
한국 입장에서는 ‘속도는 세계 1위, 양극화 리스크도 동시에 확대’라는 이중과제를 안게 됐다. 대기업과 공공부문 중심으로 AI 활용도가 빠르게 높아지는 반면, 중소기업·소상공인·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은 여전히 도입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국내외에서 동시에 제기된다. 생성형 AI를 사용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역량을 갖춘 집단만 생산성·소득 측면에서 ‘AI 프리미엄’을 누리고, 그렇지 못한 집단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내부 AI 격차’가 심화할 가능성도 크다.
전문가들은 한국이 ‘속도 1위’ 타이틀을 지속 가능한 경쟁력으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교육·직업훈련을 통한 전 국민 AI 리터러시 제고 ▲중소기업 대상 클라우드·AI 사용 비용 지원 ▲공공데이터 개방과 규제 정비를 통한 AI 활용 생태계 조성 ▲프라이버시·저작권·노동시장 충격에 대한 사회적 합의 형성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이크로소프트 AI 이코노미 인스티튜트가 “아시아가 전 세계 인공지능 도입의 새로운 엔진으로 떠올랐다”고 평가한 만큼, 한국이 이 엔진의 ‘메인 실린더’ 역할을 할지, 아니면 ‘속도만 빠른 변두리 플레이어’로 남을지는 앞으로 2~3년 정책·산업 전략의 방향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