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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테슬라, 모델 S·모델 X 생산 종료…4년 플래그십 접고 ‘AI·로보틱스 기업’으로 갈아탄다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캘리포니아 프리몬트 공장에서 모델 S와 모델 X 생산을 공식 종료하면서, 전기차 시대를 연 상징적 플래그십 라인업의 14년 역사가 막을 내렸다. 동시에 테슬라는 같은 생산라인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Optimus)’ 전용 공정으로 전환하며, 스스로를 ‘자동차 회사’가 아닌 ‘AI·로보틱스 기업’으로 재정의하는 대전환의 방아쇠를 당겼다.

 

14년 플래그십의 퇴장, 숫자로 본 모델 S·X의 궤적


모델 S는 2012년 6월 첫 양산에 들어갔고, SUV 모델 X는 2015년 뒤를 이으며 고급 전기차 시장을 개척한 테슬라의 간판 모델이었다. 두 모델은 합산 약 75만대가 판매된 것으로 추산되며, 이후 대중형 모델 3·Y가 볼륨을 키우기 전까지 테슬라를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아이콘’이자 기술 리더로 끌어올린 일등공신이었다. 한국 시장에서도 테슬라코리아는 2026년 3월 31일부로 모델 S·X 주문을 종료한다고 공지하며 글로벌 단종 방향과 보조를 맞췄다.

 

최근 성적표는 썩 좋지 않았다. 2024년 2분기 기준 모델 S·X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31~37% 감소한 약 1만2000~1만3000대 수준으로 추정돼, 고가 플래그십 수요가 뚜렷한 둔화를 보였다. 테슬라는 같은 시기 모델 S와 X의 가격을 약 2,000달러(당시 약 270만원) 인상하기도 했지만, 수익성 방어 이상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는 평가다.

 

성능 진화는 화려했다. 2026년형 모델 S 플래드는 최고출력 1,000마력 이상, 1회 충전 주행거리 약 410마일(약 660km) 수준까지 끌어올려 2012년형 초기 모델의 265마일과 비교하면 주행 가능 거리를 50% 이상 늘렸다. 전기차 기술의 진보를 상징하는 ‘롤링 쇼케이스’ 역할은 충분히 해냈지만, 고가 니치 시장의 한계와 전동화 경쟁 심화라는 구조적 벽을 넘기는 어려웠다는 해석이 나온다.

 

시그니처 시리즈, 화려한 마지막과 갑작스러운 이벤트 파행


테슬라는 마지막 생산분을 위한 초한정판 ‘시그니처 시리즈’를 통해 모델 S·X의 퇴장을 기념하는 연출을 택했다. 회사는 전 세계 350대 한정으로 모델 S 250대, 모델 X 플래이드 100대를 선정해, 가넷 레드(Garnet Red) 전용 도장, 골드 배지와 골드 브레이크 캘리퍼, 화이트 알칸타라 인테리어를 입힌 특별 사양을 구성했다.

 

사전 보도에 따르면 가격은 모델 S 약 15만 5,000달러, 모델 X 약 15만 9,420달러(각각 한화 약 2억 1,400만원, 2억 2,0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오랜 기간 테슬라를 지지해온 일부 고객에게 초청 형식으로만 판매됐다.

 

테슬라는 이들 한정판 고객을 프리몬트 공장으로 초청해 ‘시그니처 에디션 인도 행사’를 5월 12일 개최할 계획이었으나, 행사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이메일 한 통으로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며 잡음을 키웠다. 통보 내용에는 연기 사유나 새로운 일정, 여행비용 보상 등 어떤 안내도 포함되지 않아 수천 달러의 항공권·숙박비를 이미 지출한 고객들이 불만을 터뜨렸고, 관련 내용은 자동차 유튜버와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셜미디어를 통해 빠르게 확산됐다. ‘14년 플래그십의 마지막 인사’라는 상징성과 달리, 고객 경험 관리 측면에서는 뒷맛을 남긴 셈이다.

 

 

프리몬트, 전기차 공장에서 연 100만대 로봇 공장으로


이번 단종 결정은 테슬라의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과 맞닿아 있다. 일론 머스크 CEO는 2025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이제 모델 S와 X 프로그램을 명예롭게 마무리할 때가 됐다”고 밝히며, 프리몬트 공장의 모델 S·X 생산라인을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생산용으로 전면 개편하겠다고 공식화했다. 머스크는 같은 자리에서 테슬라를 ‘물리적 AI(physical AI) 기업’으로 규정하며, 전기차보다 자율주행과 로봇이 장기 성장의 중심축이 될 것임을 거듭 강조했다.

 

프리몬트 전환 계획은 수치로도 제시됐다. 주요 국내외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는 해당 부지를 연간 100만대 규모의 옵티머스 생산 기지로 키운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2026년 1분기 실적발표에서 머스크는 옵티머스 생산 시작 시점을 2026년 7월 말~8월 초로 제시하면서, 모델 S·X의 마지막 차량 조립이 끝나는 대로 기존 라인을 한 달 안에 해체하고, 전체 전환 작업을 약 4개월 내 마치겠다고 말했다.

 

초기 생산량에 대해서는 “상당히 느릴 것”이라며 구체적인 연간 생산대수 가이던스는 제시하지 않았지만, 프리몬트에 이어 기가 텍사스에 두 번째 옵티머스 공장을 건설해 2027년 여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머스크는 이 같은 대전환의 배경으로 전기차 수요 둔화와 수익성 압박을 사실상 간접 시인하고 있다. 일본 닛케이아시아와 국내 매체 보도에 따르면 테슬라의 2025년 순이익은 전년보다 40% 안팎 감소한 것으로 집계되며, 고금리·보조금 축소 속에서 전기차 판매 성장률이 뚜렷이 둔화된 상황이다. 테슬라 입장에서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고가 플래그십을 정리하고, AI·로봇이라는 새로운 성장 축에 인력과 설비를 재배치하는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루시드·리비안·전통 완성차에 열린 무대

 

모델 S·X의 퇴장은 프리미엄 전기차 시장 지형에도 변화를 예고한다. 후속 전기 플래그십 개발 계획이 공식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테슬라가 10만 달러 이상 고급 세그먼트에서 한 발 물러나는 사이 루시드에어, 리비안 R1S, GM의 캐딜락 리릭, 메르세데스-벤츠 EQS, BMW i7 등 경쟁 모델들이 틈새 공략을 서두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특히 루시드는 최대 500마일(약 800km)대 주행거리, 벤츠·BMW는 정교한 인테리어와 브랜드 파워를 내세워 “테슬라 이후 프리미엄 EV의 기준” 자리를 노리고 있다.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이번 결정은 단기적으로는 ‘볼륨 축소’이지만 장기적으로는 테슬라의 밸류에이션 스토리를 ‘전기차 제조사’에서 ‘로봇·AI 플랫폼’으로 완전히 갈아타는 시그널에 가깝다. 이미 머스크는 옵티머스의 잠재 시장 규모가 자동차를 웃돌 수 있다는 발언을 수차례 해왔고, 프리몬트 연 100만대, 향후 텍사스 2공장까지 더하면 수백만대 단위의 휴머노이드 생산을 전제로 한 그림을 투자자에게 제시하고 있다.

 

다만 실제 시장 수요, 규제, 안전 기준, 노동시장과의 충돌 등 변수는 전기차보다 더 복잡해, “전기차 다음 서사”가 어느 속도로 실체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라는 점에서 ‘비전과 리스크가 공존하는 베팅’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

 

모델 S와 X는 결국 테슬라가 ‘자동차 회사의 옷을 벗는’ 과정에서 가장 먼저 희생된 플래그십이 됐다. 전기차 시대를 연 1막을 닫은 테슬라가, 옵티머스가 이끄는 ‘물리적 AI’ 2막에서도 시장의 기준을 다시 쓰게 될지, 아니면 과도한 비전 베팅의 역풍에 직면할지는 이제 프리몬트 전환 속도와 로봇 상용화 성적표가 말해줄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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