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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우주칼럼] 노르웨이, '간첩혐의' 중국 여성 체포가 의미하는 것?…북극권 우주데이터 노린 ‘위장회사 작전’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노르웨이 안도야 우주공항 인근에서 민감한 위성 데이터를 노린 중국 국적 여성의 ‘현장 공작’이 적발·체포되면서, 북극·우주·인프라를 둘러싼 중·러의 복합 정보전 양상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유럽 우주거점과 극지 군사·감시체계가 정면으로 겨냥됐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 개별 간첩 사건이 아니라 ‘장비-토지-위장회사’를 결합한 새로운 유형의 장기 침투 시나리오로 평가된다.

 

안도야 우주공항 겨냥한 ‘수신기 공작’

 

AFP, Livedoor News, Star Tribune에 따르면, 노르웨이 경찰보안국(PST)은 5월 7일(현지시간), 북극권 안도야(Andøya) 섬 등 두 곳을 압수수색하고 중국 국적 여성을 “국가 기밀을 겨냥한 중대한 정보 활동” 혐의로 체포했다. 수사당국은 이 여성이 극궤도 위성에서 노르웨이의 민감한 위성 데이터를 다운로드할 수 있는 수신기를 설치하려 했다고 밝혔다.

 

안도야 섬에는 유럽의 우주 발사 인프라인 ‘안도야 우주공항(Andøya Spaceport)’과 로켓 발사 및 시험장이 위치해 있으며, 유럽의 상업·군사 위성 발사와 극지 감시 역량 확충의 전진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PST는 해당 공작이 노르웨이에 등록된 한 회사를 ‘중국 국가 기관의 위장 회사’로 활용해 추진된 것으로 보고 작전을 개시했다고 설명했다.

 

체포된 여성의 신상이나 구체적 직책 등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노르웨이 측은 “외국 정부 손에 들어갈 경우 노르웨이의 근본적인 이익에 해를 끼칠 수 있는 데이터”를 노린 시도로 규정했다. 당국은 문제의 위성 수신 장비를 압수했으며, 설치·운영 계획은 전면 중단됐다고 밝혔다.

 

위장회사–수신기–극궤도 위성…새로운 ‘하이브리드 스파이’ 패턴


이번 사건의 특징은 첫째, 위장회사를 활용한 ‘합법 가장’이다. PST와 노르웨이 방송(NRK) 보도에 따르면, 관련 정보 활동은 노르웨이에 등록된 회사를 외피로 삼아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르웨이 경찰 보안처 관계자는 중국 국가 기관이 이 회사를 통해 수신기 설치를 추진했고, 이 수신기로 극궤도 위성이 수집한 데이터를 다운로드하려 했다고 밝혔다.

 

둘째, 극궤도(polar orbit) 위성 데이터라는 타깃의 민감성이다. 극궤도 위성은 지구 전역을 촘촘히 스캔하며 극지 기상, 자원, 해상·군사 활동 감시에 활용되기 때문에 군사·정보적 가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높다. 노르웨이 안보 전문가 가우테 비외르클룬드 방엔(Gaute Bjørklund Wangen)은 NRK 인터뷰에서 “해킹을 통한 원격 스파이 활동은 오래된 수법이지만, 이번처럼 현지 등록 회사를 이용한 ‘실물 침투’는 리스크가 더 크다”며 “노르웨이만이 아니라 더 큰 규모의 정보작전 일부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셋째, 기존 사이버 공작과 달리 물리적 인프라 접속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PST는 이번 사건을 “국가 기밀에 대한 심각한 간첩 행위 시도”로 규정하고, 동일 사건으로 여러 명이 연루돼 추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안도야 우주공항 CEO 케틸 올센은 “회사 운영과 관련된 특이 활동은 관찰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지만, 우주 인프라와 인근 토지를 둘러싼 ‘수면 아래 공작전’ 가능성은 커지고 있다.

 

노르웨이 정보기관의 경고… “中·러, 인프라·군사기지 인근 토지 매입에 집착”


노르웨이 경찰보안국과 정보기관은 이미 공개 위협평가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자국 안보에 대한 주요 위협국으로 명시해왔다. PST가 최근 발표한 위협 평가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노르웨이의 핵심 인프라와 군사 시설 인근 토지 매입에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왔다는 대목이 포함돼 있다.

 

이번 사건 역시 ‘노르웨이에 등록된 회사’라는 경제·상업 외피를 쓰고, 우주 인프라 인근에서 실물 장비 설치를 시도했다는 점에서 보고서의 경고를 현실로 입증한 사례가 됐다.

 

유럽 전반으로 시야를 넓히면, 나토(NATO)는 2023~2024년 다수 문서와 성명에서 중국의 전략 인프라 투자, 러시아의 에너지·통신망 공격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위협을 경고해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이번 노르웨이 사건은 그 하이브리드 위협이 ‘우주·극지 데이터’ 영역으로까지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유럽 ‘우주·북극 안보’의 시험대…향후 파장과 과제

 

안도야 우주공항은 유럽이 미국 의존도를 낮추고 독자적인 우주 발사 및 데이터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핵심 거점 중 하나로, 향후 수년간 수십 기의 상업·군사위성 발사가 예정돼 있다. 이런 가운데 발생한 이번 사건은 유럽의 우주 인프라가 단순 상업시설이 아니라 군사·정보·산업 전략의 교차점이 됐음을 드러낸다.

 

향후 노르웨이와 유럽은 ▲우주발사장·위성수신기지 주변의 토지·회사 소유 구조에 대한 실사 강화, ▲극궤도 위성 데이터 접근 통제 및 암호화 수준 상향, ▲외국인 투자 심사와 보안심사의 연계 강화, ▲중·러 국적자 및 관련 기업의 안보 민감시설 접근에 대한 선제적 모니터링 등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측은 현재까지 주노르웨이 중국대사관을 통해 공식 입장을 내지 않고 있으며, 외교·정보라인을 통한 수위 조절에 나설 공산이 크다. 반면 노르웨이 사법당국이 이번 사건을 어느 수준까지 기소·재판으로 끌고 갈지에 따라, 과거 노르웨이인에 대한 러시아의 간첩죄 선고 사례처럼 장기 외교 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번 사건을 한국 독자 시각에서 보면, 우주·위성·극지 데이터가 더 이상 ‘원거리 과학기술 이슈’가 아니라 국가 안보·산업 전략·경제 안보를 동시에 관통하는 핵심 자산이 됐다는 점이 분명해진다. 한국 역시 우주발사체, 군사위성, 극지 연구 거점이 확대되는 만큼, 외국자본의 토지·회사·연구 인프라 접근을 어떻게 통제하고 감시할지에 대한 ‘한국판 위협평가 보고서’ 업데이트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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