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현물 은 가격이 5월 8일(현지시간) 온스당 80달러를 시가·심리적 저항선 모두에서 돌파하면서 귀금속 시장이 새로운 ‘레인지 업’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
fxstreet, mitrade, actionforex, cryptorank, cnbc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미국의 4월 고용지표가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서프라이즈’였지만, 임금상승률 둔화와 달러 약세가 겹치며 은 가격을 위로 밀어 올린 전형적인 ‘딜레마 장세’가 연출됐다는 평가다.
고용은 예상 상회, 임금은 둔화…연준에 우호적인 조합
미 노동통계국(BLS)에 따르면 4월 비농업 부문 고용은 11만5000명 증가해 다우존스가 집계한 5만5000명, 로이터 컨센서스 6만2000명을 모두 웃돌았다. 직전 3월 수치가 18만5000명에서 둔화하긴 했지만, 시장이 우려했던 ‘고용 쇼크’는 아니었다는 점에서 노동시장은 여전히 완만한 확장 국면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지만 임금 지표는 다른 신호를 보냈다. 4월 평균 시간당 임금은 전월 대비 0.2% 상승에 그쳐 월가 예상치 0.3%를 하회했고, 이는 임금발(2차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를 다소 누그러뜨리는 결과였다. ‘고용은 괜찮지만 임금은 불타지 않는다’는 조합은 연방준비제도(Fed)가 추가 긴축에 나설 명분을 약화시키는 한편, 하반기 이후 금리 인하 기대를 유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연준이 당장 매파적으로 선회할 필요성이 크지 않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미국 국채 수익률과 달러 인덱스는 동반 약세로 반응했다. 시장은 ‘연착륙에 가까운 둔화 + 완만한 임금’이라는 그림을 두고, 성장보다 통화완화 쪽에 조금 더 베팅을 기울인 셈이다.
10주 최저 수준으로 밀린 달러…은에 직접적인 순풍
외환시장에서 달러 약세는 더 분명했다. 주요 6개 통화 대비 움직임을 보여주는 미국 달러 인덱스(DXY)는 10주 만의 최저 수준인 97.90선 부근에서 주간 거래를 마감했고, 월간 기준으로도 0.8% 넘게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통상 달러 가치가 떨어지면 달러 표시 원자재 가격은 상대적으로 저렴해져 해외 투자자와 실수요자의 매수 여력이 커진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FXStreet에 따르면 은(XAG/USD) 현물 가격은 5월 8일 뉴욕 장에서 온스당 약 80.7~80.9달러 구간에서 거래되며, 하루 상승률 2.5~3% 안팎, 주간 기준으로는 7%를 웃도는 강세장을 연출했다. 같은 기간 미국 재무부 금리와 달러 인덱스가 동반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이번 랠리는 ‘실물 수급’이라는 펀더멘털 요인과 함께 ‘통화 헤지 수단’으로서 은의 매력이 부각된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 약세가 조금이라도 더 이어질 경우, 달러 강세기에 억눌려 있던 비달러권 실수요와 투자 수요가 순차적으로 유입되면서 은 가격의 변동성은 오히려 확대될 여지도 있다. 특히 레버리지·ETF·선물 포지션이 늘어난 상황에서 환율과 금리 방향성은 ‘증폭장치’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80달러 돌파 후 시선은 82~83달러…기술적 분수령
단기 수급 못지않게 기술적 분석도 이번 국면에서 중요한 레퍼런스로 작용하고 있다. FXStreet와 글로벌 파생상품 리포트에 따르면 은 가격은 80달러를 상향 돌파한 뒤 82.12달러로 제시되는 주간 고점과 83.05달러 인근의 4월 피크를 연속 저항대로 마주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82~83달러 구간을 60달러대 후반(67~69달러)에 형성됐던 중기 지지대에서 파생된 주요 각도 저항으로 보고 있으며, 해당 레벨을 종가 기준으로 안착 돌파할 경우 모멘텀 매수세가 한 차례 더 유입될 수 있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반대로 80달러선이 다시 무너질 경우에는 77~78달러 구간이 첫 번째 되돌림 지지대로, 이후 70~72달러대가 중기 조정 타깃으로 거론된다. 중장기 박스권을 80~84달러 ‘상단 레인지’로 재정의해 가는 과정인 만큼, 단기 오버슈팅과 급락 조정이 뒤섞인 고변동성 장세가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JP모건·BoA가 보는 2026년…“AI·에너지 전환이 구조적 수요 만든다”
이번 랠리가 단기 이벤트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점차 힘을 얻고 있다. JP모건 글로벌 리서치는 2026년 은 평균 가격을 온스당 81달러로 제시하고, 특히 4분기에는 분기 평균 85달러 수준까지 상단이 열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은 가격이 약 29달러에서 70달러 이상으로 거의 130% 급등한 점을 상기시키며, 2026년에는 ‘급등 이후의 고원(plateau) 국면’에서 가격 바닥이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JP모건이 꼽는 핵심 동인은 ▲광산 생산 증가세가 제한된 가운데 누적된 공급 적자 ▲태양광·전력망·반도체 등 에너지 전환 인프라 수요의 지속 ▲AI·데이터센터 확대로 인한 전력 수요 급증과 그에 따른 전력 인프라 투자 확대 등이다. 같은 맥락에서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최근 리포트에서 금·은 비율의 압축을 ‘은의 저평가 신호’로 해석하며, 금값이 사상 최고권에서 조정받는 동안 은이 상대적으로 더 가파른 상승 여지를 갖고 있다고 진단했다.
로이터가 집계한 애널리스트 설문에서도 2026년 은 평균 가격 전망치는 온스당 79.5달러로 제시돼, 대형 IB들의 시각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단, 설문에 참여한 일부 기관은 중국 경기 둔화와 태양광 투자 사이클 조정 가능성을 리스크 요인으로 지적하며, 구조적 강세론에도 불구하고 연간 평균 기준에서는 변동성이 상당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정학·실물수급이 교차하는 ‘은의 재평가 구간’
가격의 외형적인 랠리 이면에는 지정학과 실물 수급이라는 두 축이 맞물려 있다.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서 이어진 미·이란 긴장은 원유·해운 시장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을 키웠고, 이는 금과 더불어 은에도 안전자산 수요를 일부 유입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최근 들어 중동 긴장이 완화될 수 있다는 관측과 함께 유가가 주간 기준 6% 내외 하락하면서, 은 집약적 산업의 원재료·에너지 비용 부담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도 동시에 부상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4월 저점인 온스당 약 62달러 부근에서 현재 80달러 이상까지 25% 넘게 오른 이번 랠리를, 단순한 ‘안전자산 피난처’라기보다 구조적 공급 부족과 산업 수요 확대가 겹쳐 나타난 ‘재평가 구간’으로 보는 분위기다. 글로벌 은 시장은 이미 몇 년째 광산 생산량이 총수요를 밑도는 공급 적자 상태로, 재고·스크랩을 통해 균형을 맞추는 구조가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달러 약세와 완만한 금리 하락은 ‘가격 하단’을 한층 끌어올리는 촉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공통된 진단이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고용·임금·물가 지표에 따라 연준의 톤이 미세하게 바뀔 수 있고, 그때마다 달러와 실질금리가 출렁이면서 은 가격 역시 급등락을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연준의 첫 금리 인하 시점이 앞당겨질수록 ‘은 80달러 시대’는 생각보다 더 빨리 일상화될 수 있지만, 반대로 물가가 재가열될 경우에는 고평가 논란과 함께 70달러대로의 깊은 되돌림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