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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The Numbers] 현대차·소프트뱅크 ‘보스턴 다이내믹스' 벼랑 끝 시한 '카운트다운'…나스닥 상장 6월에 결정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미국 로봇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Boston Dynamics) 나스닥 상장(IPO)을 둘러싸고 ‘6월 결단’ 국면에 들어섰다. 2021년 인수 당시 소프트뱅크와 맺은 상장 약속이 2025년 6월 1차 기한을 넘긴 데 이어, 2026년 6월까지로 설정된 풋옵션 만료 시점이 불과 한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다.

 

시한 남은 풋옵션…현대의 선택지는


현대차그룹은 2021년 소프트뱅크로부터 보스턴 다이내믹스 지분 80%를 약 6억6,000만 달러(당시 환율 기준 약 7,300억원)에 인수했다. 그룹 계열사들이 60%를, 정의선 회장이 약 2,490억원을 투입해 20%를 직접 매입하는 구조였다. 당시 계약에는 “4년 내 IPO 추진” 조건이 포함됐고, 기한 내 상장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프트뱅크가 잔여 지분을 현대차에 되팔 수 있는 풋옵션 조항이 붙었다. 

 

5월 7일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2026년 6월 만료까지 약 한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그룹은 입장을 확정 짓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현대차, 6월까지 보스턴 다이나믹스 나스닥 IPO 여부 결정

 

이 4년 시한은 2025년 6월에 이미 만료됐고, 이후 1년간의 유예기간 동안 소프트뱅크는 풋옵션을 행사해 현대차에 잔여 지분 매도를 강제할 수 있는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 해외 매체 보도를 종합하면, 후속 증자 등으로 소프트뱅크의 지분율은 초기 20%에서 약 9.5% 수준으로 희석된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시장에선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실적 부진과 불투명한 상장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소프트뱅크가 지분을 끝까지 보유할 유인은 크지 않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결국 현대차그룹의 선택지는 세 갈래다. 첫째, 예정대로 나스닥 IPO를 추진해 자본시장에서 기업가치를 재평가받는 길, 둘째, 소프트뱅크 잔여 지분을 전량 인수해 ‘100% 자회사화’하는 길, 셋째, 두 옵션을 조합해 일정 부분 상장과 동시 또는 사전·사후 지분정리를 병행하는 시나리오다.

 

빅테크업계에선 “6월 내 그룹 내부에서 상장 추진 여부와 시기·방식을 일단락한 뒤, 2027년 전후를 상장 시점으로 잡는 로드맵이 유력하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아틀라스 체조 영상이 촉발한 ‘로봇 랠리’


이번 ‘6월 결단’ 이슈는 로봇 투자심리가 다시 들끓는 타이밍과 맞물려 파급력을 키우고 있다. 5월 5일(현지시간)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유튜브에 공개한 영상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Atlas) 개발 모델은 물구나무서기, L-싯, 상체 지지자세 전환 등 고난도 체조 동작을 연달아 소화하며 강화학습 기반 전신 제어 기술을 과시했다.

 

이는 2026년 1월 CES에서 아틀라스의 양산형 버전을 처음 공개한 이후, 실제 작업·운동 능력을 대중에 선보인 첫 본격 데모였다.

 

영상 공개 직후 현대차그룹 계열사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5월 7일 한국 증시에서 현대차는 장중 3% 안팎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시가총액 4위에 올랐고, 유관 로봇·IT 계열사들 역시 동반 상승했다. 같은 날 코스피 지수는 외국인 투자자가 7조1,510억원이라는 사상 최대 규모의 순매도를 기록했음에도, 개인 투자자가 5조9,910억원을 순매수하며 이를 거의 흡수한 가운데 1.43% 오른 7,490.05로 사상 최고치를 다시 썼다. 이튿날인 8일에도 지수는 7,498.00으로 소폭 추가 상승하며 로봇·AI 테마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지속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이는 올 들어 반복된 ‘아틀라스 효과’의 연장선이다. 2월 초에도 아틀라스가 연속 공중회전, 얼음 위 주행 등 고난도 동작을 수행하는 영상이 공개된 직후 현대차는 장 초반 4.39% 급등했고, 현대오토에버는 10.31%, 현대글로비스 3.09%, 현대모비스 1.27% 오르는 등 그룹 로봇·IT 관련 종목이 일제히 강세를 보인 바 있다.

 

‘월 4대→연 3만대’…현대차그룹, 생산 압박 수위 높인다


시장 기대가 커지는 만큼 생산 현실은 녹록지 않다. 기즈모도는 세마포 보도를 인용해 “현대차가 자사 자동차 공장에 투입할 로봇 ‘수만 대’를 조속히 공급할 것을 보스턴 다이내믹스에 요구하고 있다”며, 현재 이사회가 생산 확대 속도에 상당한 불만을 갖고 있다고 전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아직 대량 생산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으로, 아틀라스를 월 4대 수준으로 생산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미국 내 로봇 생산기지를 통해 이를 단숨에 ‘연 3만 대 체제’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2025년 이후 가동이 예상되는 미국 로봇 공장은 아틀라스를 포함해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 물류 자동화 로봇 스트레치(Stretch) 등을 연간 3만 대 규모로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설계되고 있다. CES 2026에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26년분 아틀라스 생산 물량은 이미 전량 판매가 완료됐다”며 현대차와 함께 로봇 공장을 통해 연 3만 대 생산 체제를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생산 확대 계획은 현대차의 자동차·물류 공장 자동화, 그리고 그룹 차원의 ‘로보틱스·모빌리티 융합’ 전략과 맞물려 있다. 현대차는 미국 조지아 공장 등지에서 아틀라스를 실제 생산라인에 투입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며, 로봇이 전기차·자율주행, 스마트팩토리와 결합될 경우 장기적으로 그룹 시가총액과 지배구조 개편의 핵심 축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배구조·밸류에이션 재편의 ‘13.6조 레버리지’


보스턴 다이내믹스 IPO는 단순한 투자 회수 이벤트를 넘어 현대차그룹 전체 지배구조 개편의 ‘촉매제’로 거론된다. 아시아비츠 등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상장이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성격의 지분 구조를 정리하고, 정의선 회장으로의 승계 구도를 매듭짓는 데 핵심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아시아비츠는 향후 나스닥 상장 시 보스턴 다이내믹스 기업가치를 최대 130억~140억 달러(약 13조6,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하며, 이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재편을 위한 레버리지”로 규정했다. 

 

국내 증권사도 비슷한 시각을 공유한다.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들은 보고서에서 “소프트뱅크가 풋옵션을 행사하는 시점에 보스턴 다이내믹스 IPO 논의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소프트뱅크가 보유 지분을 장기간 유지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IPO를 통해 로봇 사업의 외부 투자자금을 유치하고, 동시에 잔여 지분 처리와 지배구조 단순화를 병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상장+지분정리’ 패키지가 그룹 입장에선 가장 전략적인 옵션으로 평가된다.

 

다만 변수도 적지 않다. 첫째,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인수 이후에도 적자를 지속해온 것으로 알려졌고, 로봇 산업 전반이 아직 ‘본격 상용화’보다는 ‘기술 과시’ 단계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둘째, 글로벌 증시가 AI·반도체 중심 랠리에서 로봇·휴머노이드로 시선을 넓히고 있지만, 실제 매출·이익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밸류에이션 조정압력이 빠르게 불거질 수 있다. 셋째, 소프트뱅크가 풋옵션 행사 여부를 둘러싸고 어느 정도 가격·조건을 요구하느냐에 따라 현대차의 자금 조달·재무전략에도 미세조정이 불가피하다.

 

상장 기한, 로봇 생산 확대, 지배구조 개편이라는 세 축이 한 시점에 겹치는 만큼, 이번 6월의 결단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단순한 로봇 기업을 넘어 현대차그룹의 미래 전략을 재정의하는 시험대로 만들 가능성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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