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한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은 한국거래소 통계로 순자산 373조원, 상장 종목 수 1,058개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KRX·금융투자협회가 3월 11일 기준으로 발표한 순자산 376조 4,672억원과 큰 차이가 없는 수준으로, 1년 전 183조 9,038억원에 불과했던 ETF 시장이 불과 1년 만에 두 배, 3년 전 121조원 수준에서 세 배 가까이 불어난 셈이다. ETF가 이제 개별 종목 투자를 넘어 한국 자본시장의 핵심 인프라 자산으로 자리 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2023년 말 기준 순자산은 약 121조원 수준이었지만, 2024년 173조원, 2025년 말 297조 2,000억원으로 불과 2년 만에 두 배 이상 불어났다. 2026년 3월 비공식 집계에서는 전체 순자산이 373조원, 상장 ETF 수가 1,058개로 추정되며, “400조 시대” 진입은 시간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표면상 한국 자본시장에서 ETF를 발행할 수 있는 자산운용사는 400개가 넘는다. 2023년 기준 국내 자산운용사는 공모 81개·일반 사모 352개 등 총 433개에 이르지만, 실제로 ETF를 발행·상장한 전력이 있는 운용사는 약 18곳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시장을 움직이는 이름은 그리 많지 않다. 삼성자산운용(KODEX),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 KB자산운용(RISE), 한국투자신탁운용(ACE), 신한자산운용(SOL), 한화자산운용(PLUS), 키움자산운용(KIWOOM), NH-Amundi자산운용(HANARO), 타임폴리오자산운용(TIMEFOLIO), 우리자산운용(Woori) 등 10여 개 운용사가 핵심 플레이어로 반복해서 등장한다. 이들 브랜드는 ETF 종목명 맨 앞에 붙어, 투자자에게 해당 상품의 ‘제조사’를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누가 이 시장을 굴리고 있느냐’다. KRX와 금투협은 ETF 상장 종목 수와 순자산, 투자자 유형별 거래 비중 등은 매달 자세히 공개하지만, “ETF를 실제로 운용하는 자산운용사가 몇 곳인지”에 대한 단일 숫자는 따로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2026년 3월 기준 운용사별 순자산을 재구성한 민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ETF 순자산 373조원 가운데 상위 5개 운용사가 90.6%를 가져가고, 삼성자산운용(KODEX)과 미래에셋자산운용(TIGER) 두 곳이 71.9%를 독식하는 구조가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6년 3월 기준 삼성자산운용은 ETF 순자산 149조원으로 시장 점유율 40.0%를 기록했고, 미래에셋자산운용은 119조원으로 31.9%를 차지했다. 이어 3위는 한국투자신탁운용(ACE)이 7.9%, 4위 KB자산운용(RISE·KBSTAR)이 6.9%, 5위 신한자산운용(SOL)이 3.9%를 점유하면서, 상위 5개 운용사의 합산 점유율이 90.6%에 이르렀다. 숫자만 놓고 보면 ‘373조원 시장’이라는 거대한 파이는 사실상 다섯 개 운용사가 나누어 갖고 있고, 이 가운데 두 곳이 10원 중 7원을 가져가는 셈이다.
상장 종목 수 역시 대형 운용사 중심으로 편중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6년 2월 26일 NH-Amundi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KB자산운용이 신규로 상장한 4종을 포함해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ETF 종목 수는 1,073종목으로 확대됐다. 이후 일부 상장·퇴출을 감안해 3월 말 기준으로는 1,058개라는 숫자가 업계 분석 자료에 인용된다.
세부 종목별 현황을 들여다보면 삼성과 미래에셋이 전체 종목의 상당수를 차지하고, 뒤에서 KB·한국투자·신한 등 중위권 운용사가 추격하는 구도다. 다만 일자별 상장·퇴출 여부에 따라 종목 수는 수시로 변동하기 때문에, 특정 날짜 기준 종목 수를 명확히 제시하려면 KRX 정보데이터시스템에서 별도 조회가 필요하다.
결국 2026년 5월 KRX와 금투협 숫자가 보여주는 한국 ETF 시장의 민낯은 이렇다. 1,000개가 넘는 상장 종목이 370조원이 넘는 돈을 실어 나르지만, 실질적인 운전대는 열 곳 남짓한 운용사, 그 중에서도 삼성과 미래에셋이라는 두 플레이어에게 집중돼 있다. 400조원 시대를 눈앞에 둔 ETF 공화국이 건강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숫자 뒤에 숨은 이 과점 구조를 직시하는 것에서부터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