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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내궁내정] '덜 효과적인' 먹는 비만약, 주사제보다 더 큰 시장?…시장은 '불완전함'에 베팅한다 "역설의 승리"인 이유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경구용 비만약이 주사용 비만약 보다 실제 체중감량 효과도 떨어지고, 요요현상도 심하지만, 증권가와 자본시장에서는 시장성을 훨씬 더 높고 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경구용은 주사보다 복용이 편리할 뿐만 아니라 병원의 처방도 간단하다는 것은 엄청난 장점이다.

 

하지만 간편복용과 함께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 '오히려 더 자주, 더 많이 구매할 수 밖에 없다'는 역설적인 이유때문에 시장에서는 매출증대측면에서 더 의미가 크다고 분석한 것이다. 

 

옥스퍼드대 연구팀이 9,341명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비만약 중단 후 월평균 0.4kg씩 체중이 증가해 약 1.7년 만에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운동과 식이요법 중단 시 월평균 0.1kg 증가하는 것보다 4배 빠른 속도다.

 

체중감량 효과 차이, 숫자로 말하다


우선 체중 감소 효과에서는 주사형 비만약이 압도적 우위를 보인다. 일라이릴리의 티르제파티드(마운자로)는 72주간 최대 20.9% 체중 감소 효과를 보였으며, 노보 노디스크의 주사형 위고비는 64주간 약 14% 감량 효과를 기록했다.

 

반면 경구용 비만약은 스트럭처 테라퓨틱스의 알레니글리프론이 최대 16.3% 감량 효과를 보여 경구용으로는 최고 수준이지만, 대부분의 경구형 제품은 주사제 대비 효과가 낮은 편이다. 일동제약의 경구용 제품은 200mg 투여 시 평균 9.9%, 최대 13.8% 감량 효과를 나타냈다.

 

"시장은 '불완전함'에 베팅한다" 시장 점유율 변화 시나리오


증권업계는 경구용 비만약 시장이 2030년까지 전체 GLP-1 시장의 3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한다. 2024년 경구형 비만약은 전체 GLP-1 시장의 7%에 불과했으나, 2026년 전체 비만치료제 시장에서 경구형은 33.1%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이라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글로벌 경구용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4년 28억 3,460만 달러에서 2030년 67억 8,210만 달러로 연평균 16.3% 성장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2030년까지 경구형 비중은 9%에서 23%로 확대되지만, 주사제가 여전히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비만치료제 시장은 2025년 259억 3,000만 달러에서 2030년 1,009억 7,000만 달러로 연평균 31.24% 성장하며, 이 중 경구형은 36.6%의 높은 성장률을 보일 전망이다.

 

노보 노디스크 임원은 "처음에는 주사제가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알약이 예상보다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복 구매의 경제학


환자들의 낮은 복약순응도와 높은 중단율이 역설적으로 재구매 기회를 창출한다는 논리다. 비만약의 경우 1년 후 복약 지속률이 겨우 19%에 불과하며, GLP-1 약물 전체의 1년 지속률도 약 40% 수준이다. 2025년 3월 처방받은 비만약 환자 중 60일 내 실제 약을 수령한 비율은 46.8%에 그쳤다. 전체 GLP-1 처방의 40%는 처방 후 수령조차 되지 않았다.

 

또 아이러니하게도 요요현상으로 체중이 빠르게 회복되면서 환자들은 다시 약물 치료를 시작하게 되고, 이는 지속적인 수요 창출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완벽하지 않은 해결책의 매력

 

일단 경구용 비만약의 시장성은 '주사 공포증' 문화에서 비롯된다. 성인의 약 10-20%가 주사바늘에 대한 공포심을 가지고 있으며, 2형 당뇨 환자 대상 설문에서 75%가 주사보다 경구 제형을 선호했다. 노보 노디스크는 2026년 1월 경구용 위고비를 월 149달러에 출시하며 접근성을 높였다. 이는 완벽한 효과보다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현대 소비문화를 반영한다.

 

시장은 일회성 치료보다 반복 소비 구조를 선호한다. 요요현상과 낮은 지속률은 제약사 입장에서 '평생 고객'을 확보하는 구조를 만들어낸다. 체중 감량 후 1.5-2년 내 원래 체중으로 돌아가고, 심혈관 건강 지표도 평균 1.4년 만에 치료 전 수준으로 회귀하면서, 환자들은 주기적으로 치료를 재개하게 된다. 이는 구독경제의 의료 버전이라 할 수 있으며, '불완전한 해결책'이 오히려 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이 되는 역설을 보여준다.

 

매출 격차의 구조적 원인


주사제는 생산 단가가 높지만 마진이 크고 독점적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경구제는 냉장 유통망이 불필요하고 생산 원가가 주사 대비 60% 이하로 낮아 경제성에서도 유리하다. 또 위산 환경에서 경구 흡수율이 0.8~1.2%에 불과해 약효 유지 비용에서도 제약사 입장에서는 주사보다 수익성이 더 높다.

 

제약업계 전문가는 "투여 단가 역시 경구제가 하루 18달러로 주사제 25달러보다 낮고, 동일한 체중 감소 효과를 위해 복용 기간이 1.5배 길어진다는 점도 제약사 마진 구조측면에서 긍정적이다"면서 "제조원가, 보관 및 물류비용 등 유리한 경제적 측면과 함께 체중감량 효과가 떨어진다는 점이 오히려 시장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역설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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