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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건축

[지구칼럼] "나무가 도시 열기 절반으로 줄이지만 가장 뜨거운 곳이 가장 가난하다"….소득이 나눈 기후 불평등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도시의 나무가 열섬(heat island) 현상으로 발생하는 추가 온도의 거의 절반을 상쇄하고 있지만, 정작 그 효과가 가장 절실한 더 덥고 더 가난한 도시일수록 나무 그늘은 없다시피 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 불평등’이 도시 나무 한 그루 한 그루의 분포 위에 그대로 투영되고 있는 셈이다.

 

도시 열섬의 절반을 상쇄하는 나무


이번 연구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스(Nature Communications)’에 5월 6일(현지시간)자로 게재된 도시 기후·생태계 서비스 분석 결과를 토대로 한다. 연구진은 전 세계 주요 도시를 약 150개 도시 블록 단위로 잘게 나눈 뒤, 위성 자료와 기상 데이터로 포장도로·건물 비율, 나무 덮개(tree canopy), 기온 변화를 정량 분석했다.

 

연구에 따르면, 도시 내 나무는 그늘 제공과 증산(樹木의 수분 증발) 작용을 통해 전 세계 도시 기온을 평균 0.15도(℃) 낮추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나무가 없다면 어두운 지붕과 아스팔트 포장 등이 열을 흡수·방출하는 도시 열섬 효과로 인해 도시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약 0.31도 더 높아질 것이라는 게 연구진의 추산이다.

 

이는 “도시에 이미 깔려 있는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만든 추가 열의 ‘거의 절반’을 나무가 상쇄하고 있다”는 의미다.

 

“부유한 도시는 그늘, 가난한 도시는 열기”


문제는 이 냉각 효과가 결코 균등하게 배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를 이끈 롭 맥도널드(Rob McDonald)는 “나무 덮개로 최소 0.25도(℃) 이상의 냉각 효과를 누리는 도시 비중을 국가별 소득 수준별로 나눠보면 극명한 격차가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연구에 따르면, 고소득 국가의 도시 가운데 약 40%는 나무 덮개 덕분에 최소 0.25도의 냉각 효과를 누리고 있는 반면, 저소득 국가에서는 이런 수준의 냉각 효과를 보는 도시는 9%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시 말해, 나무가 가장 필요한 곳일수록 나무가 없고, 가장 덥고 가난한 도시일수록 ‘열의 부담’을 더 크게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전 세계 대도시 31곳에서 약 1억 8,500만명이 최소 0.3도의 나무 냉각 효과를 누리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인구 300만명 이상 20개 도시에서는 주민들이 체감하는 나무의 냉각 효과가 0.05도에도 미치지 못했다. 세네갈 다카르, 사우디 제다, 쿠웨이트시티, 요르단 암만 등 4개 도시는 도시 전체에 나무가 극도로 부족해, 1,500만명이 넘는 주민들이 사실상 나무로 인한 냉각 혜택을 전혀 누리지 못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그늘의 불평등’은 미국 내부에서도 확인된다. 미국 자연보전협회(The Nature Conservancy)는 저소득 지역에 고소득 지역보다 약 6,200만 그루의 나무가 부족하고, 그 결과 평균 기온이 1.5도(℃) 더 높다는 연구 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나무만으로는 막지 못할 도시 과열


그렇다고 해서 나무가 도시 과열의 ‘만능 해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맥도널드와 연구진은 “수자원 가용성, 토지 이용, 적합한 수종 선택의 제약을 고려할 때, 도시 내 나무 피복을 이론적으로 최대치까지 늘리더라도 앞으로 예상되는 추가 도시 온난화의 약 20% 정도만 줄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도시 열섬은 자동차·건물·도로에서 직접 발생하는 국지적 열 축적 현상으로, 화석연료 연소에 따른 전 지구적 기후변화와는 메커니즘이 다르다. 그러나 실제 도시 공간에서는 두 효과가 중첩되며 극한 폭염, 열대야, 오존·미세먼지 농도 상승 등 이른바 ‘복합 기후 재난’을 증폭시키는 것으로 각국 연구에서 확인되고 있다.

 

유럽 93개 도시를 대상으로 한 ‘란셋(The Lancet)’ 게재 연구는 도시 나무 덮개를 30% 수준까지 늘릴 경우 성인의 열 관련 조기사망을 최대 40%까지 줄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우리나라 기상청·서울시 분석에 따르면, 도심과 인접 녹지 사이의 기온 차이는 평균 3~5도에 달하고, 서울 일부 저녹지 지역의 여름 최고기온은 인근 산지보다 4도 이상 높게 나타난다. 이는 나무가 도시 폭염 완화에 분명한 역할을 하지만, 그 자체로는 구조적 오염원과 에너지 시스템을 대체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도시 기후정책, “그늘+탈탄소” 이중 전략 요구


이번 연구는 “도시 수목 피복 확대는 열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매우 유용한 적응(adaptation) 전략이지만, 궁극적으로 도시 주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열 자체를 줄이려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완화(mitigation) 전략이 병행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

 

국내에서는 이미 도심 가로수와 공원 수목이 열섬 완화·대기질 개선·에너지 절감 등을 통해 연간 약 120억원 규모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또 다른 국내 미기후 시뮬레이션 연구들은 공원·포켓파크·가로수·옥상녹화 등 녹지 조성 시나리오에 따라 인근 공기 온도가 국지적으로 1~3도 낮아지지만, 사람의 체감열지수(PET)는 그늘의 위치·밀도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번 연구가 던지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시를 살리는 것은 나무 한 그루가 아니라, 그 나무를 어디에, 누구를 위해, 어떤 에너지 시스템과 함께 심느냐에 대한 사회적 선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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