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6.10 (수)

  • 구름많음동두천 15.5℃
  • 맑음강릉 19.0℃
  • 맑음서울 17.9℃
  • 맑음대전 17.0℃
  • 맑음대구 17.3℃
  • 맑음울산 15.3℃
  • 맑음광주 16.7℃
  • 맑음부산 18.0℃
  • 맑음고창 14.0℃
  • 맑음제주 18.2℃
  • 흐림강화 16.8℃
  • 맑음보은 13.5℃
  • 맑음금산 14.1℃
  • 맑음강진군 13.7℃
  • 맑음경주시 15.2℃
  • 맑음거제 15.1℃
기상청 제공

경제·부동산

[빅테크칼럼] 한국, '로봇세' 만지작…청년 일자리 21만개 증발 속 세제·노동·복지 재편 시험대

 

[뉴스스페이스=이은주 기자]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자동화·로봇 보급률을 바탕으로 ‘AI·로봇세’라는 새로운 조세 실험대 위에 올랐다. 정부와 정치권은 로봇과 AI가 대체한 일자리에서 빠져나간 소득세·사회보험 재원을 어떻게 메울지 셈법을 굴리고 있고, 노조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공장 안으로 들어오는 ‘입구’ 자체를 막으며 정면충돌을 예고하고 있다.

 

세계 1위 로봇밀도, 세수 기반 잠식 우려


국제로봇연맹(IFR) 통계에 따르면 한국의 산업용 로봇 밀도는 노동자 1만명당 1,000대를 넘어 세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조업을 중심으로 한 초고속 자동화가 생산성을 끌어올린 반면, 근로소득세와 사회보험료라는 전통적 세원은 구조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은 이미 2018년 자동화 설비 투자세액공제를 축소해 사실상 ‘역(逆) 인센티브’를 건 세계 첫 사례로 주목받았다. 영국 언론은 당시 “한국이 세계 최초로 로봇세를 도입했다”고 평가했는데, 정보기술혁신재단(ITIF) 분석에선 이 조치 이후 한국의 로봇 설치 증가 속도가 일본 대비 약 28%포인트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화 투자에 제동을 걸어 세수 잠식을 늦추되, 성장 동력에 브레이크를 밟은 셈이다.

 

최근에는 한발 더 나아가 ‘로봇이 창출한 부가가치에 과세할 것인가, 아니면 AI 사용시간·AI가 대체한 인건비를 기준으로 할 것인가’를 놓고 구체적인 설계 논의가 진행 중이다. 국회미래연구원은 기업이 AI 활용으로 얻은 이익 일부를 사회보장기금에 환류하는 ‘AI 사회보장세’를 제안했고, 재정 정책 연구기관들도 “디지털 전환에 맞는 새로운 과세 베이스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청년 일자리 21만개 감소…AI발 고용충격 현실화


우려가 단순한 공상은 아니다. 한국은행이 2025년 발표한 ‘AI 확산과 청년고용 위축’ 보고서에 따르면, 챗GPT 등장 이후 3년(2022년 7월~2025년 7월) 동안 AI 노출도가 높은 산업에서 15~29세 청년 고용이 21만1,000명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컴퓨터 프로그래밍·시스템 통합 및 관리업(-11.2%), 출판업(-20.4%), 전문서비스업(-8.8%), 정보서비스업(-23.8%) 등 이른바 ‘좋은 일자리’가 몰려 있던 업종일수록 감소 폭이 컸다.

 

이 흐름은 통계청 공식 고용지표에도 반영되기 시작했다. 2026년 1월 기준 취업자 증가 폭은 2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고, 특히 전문·과학기술 서비스업 취업자는 1년 새 9만8,000명 감소해 2013년 이후 최대 감소 폭을 기록했다. 통계당국은 “엔지니어링 등 고숙련 직군에서 AI 도입이 신입 채용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기업 현장 인식도 비슷하다. 최근 국내 조사에서 응답 기업의 71%가 “이미 AI가 업무 일부를 대체하고 있다”고 답했으며, 고용노동부는 2026년 2월 한국노동조합총연맹과 함께 ‘AI·자동화 고용영향 협의체’를 출범시켜 일자리 구조조정, 전직·재교육, 안전망 재설계를 공식 의제로 올렸다. 일자리는 ‘숫자’보다 ‘질’의 재편 국면에 본격 진입했다는 신호다.

 

현대차 노조, “로봇 한 대도 못 들어온다”

 

이 거시적 논쟁은 현대자동차 공장에서 매우 구체적이고 날카로운 갈등으로 표출됐다. 현대차 노조는 그룹이 CES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 상용화 계획을 공개하고,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주 메타플랜트 아메리카 공장에 투입하겠다고 밝히자 “노사 합의 없이는 로봇 한 대도 생산 현장에 들일 수 없다”고 선언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는 국내 최대 단일 노조다. 노조는 “로봇 도입 자체를 반대하는 것은 아니지만, 고용·임금 보전 대책 없는 일방 통보식 도입에는 거대한 저항을 준비하겠다”고 경고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노조 가운데 휴머노이드 로봇의 생산라인 투입에 공개적으로 ‘레드카드’를 든 첫 사례라는 점에서 국제 노동계의 주목도 받고 있다.

 

사측은 미국에 2028년까지 260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배터리·로봇 생산 클러스터를 구축하겠다며,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생산 능력을 갖춘 공장 계획도 내놨다. 현대차 입장에선 글로벌 전기차·로봇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한 선택이지만, 노조 입장에선 국내 공장 일자리·임금 체계를 뒤흔들 ‘게임 체인저’다. 로봇세 논쟁이 재정의 문제라면, 현대차 사태는 고용안정과 노사 권력균형의 문제다.

 

세계는 ‘로봇세’ 대신 무엇을 택했나


한국의 논의는 국제 흐름과도 맞물린다. 유럽의회는 2017년 로봇을 활용해 얻는 이익에 과세하고, 이를 사회보장기금에 투입하자는 입법안(메디 델보 보고)을 검토했지만 결국 부결시켰다. 프랑스에서는 사회당 대선 후보 브누아 아몽이 기본소득 재원 3,000억유로 마련을 위해 ‘로봇세’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도 “연봉 5만달러 노동자가 내는 수준의 세금을 로봇에도 물려야 한다”며 자동화 속도 조절과 재교육 재원 마련을 주장했다.

 

그러나 다수 경제학자는 “로봇 정의와 기여 분을 측정하기 어렵고, 혁신 투자에 찬물을 끼얹는다”며 반대했고, 실제 정책 채택으로 이어진 국가는 아직 없다. 대신 일부 국가는 디지털 서비스세, 데이터세, AI를 활용한 초과이익에 대한 법인세 보완 등 ‘간접 경로’를 모색 중이다. 한국도 국회미래연구원이 제안한 ‘AI 사회보장세’처럼 기업 이익 분담 방식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가 강하다.

 

‘기계가 낸 세금’으로 새 사회계약을 짤 수 있을까


정책 옵션은 크게 세 갈래로 요약된다. 첫째, 생산성 향상시설 공제 축소처럼 기존 법인세·투자세제의 역인센티브를 강화해 자동화 속도를 조절하는 방식. 둘째, AI 사용량·대체 인건비·로봇 기여 이익 등을 기준으로 별도 ‘AI·로봇세’를 신설해 실직자 재교육·실업부조·기본소득 등을 재원으로 삼는 방식. 셋째, 직접 과세 대신 국가 AI 펀드·공공 배당·데이터 배당 등을 통해 AI로 발생한 초과이익을 사회 전체와 공유하는 모델이다.

 

국내 산업계는 “AI·로봇세가 도입되면 이미 높다는 법인세와 함께 투자·고용을 해외로 돌리는 ‘오프쇼어링’ 유인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노동계와 시민사회는 “AI의 생산성 이익이 소수 대기업과 자본에 집중되는 만큼, 최소한 이동·재교육·사회보장 비용 만큼은 ‘기계가 낸 세금’으로 충당해야 한다”고 맞선다.

 

결국 한국의 로봇세 논쟁은 단순한 세목 신설 여부가 아니라, ‘일자리 중심’에서 ‘생산성·데이터 중심’으로 이동하는 자본주의의 규칙을 어떻게 다시 쓸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다. 청년 21만 명의 일자리 감소와 현대차 공장의 휴머노이드 로봇 갈등은 그 질문이 더 이상 미래의 가정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로봇세를 택하든, AI 사회보장세·공공 배당을 택하든, 한국이 지금 만드는 답은 고령화·디지털 전환이라는 이중의 파고를 넘기 위한 ‘새 사회계약’의 첫 문장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배너
배너
배너

관련기사

49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The Numbers] 공공기관장 10명 중 7명 전임 정부 인사…공석 36곳+임기만료 24곳, 신규 인선 수요 60곳

[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이재명 대통령 취임 1년이 지난 가운데 전체 공기업 및 공공기관장의 67.8%가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것으로 파악됐다. 6·3 지방선거 이전까지 기관장 자리가 비어있는 공공기관은 36곳, 임기가 만료됐지만 후임이 임명되지 않은 곳은 24개로 확인됐다. 잔여임기가 1년 이상인 기관장도 전체의 60.5%에 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공공기관장 임기를 대통령 임기와 일치시키겠다는 공약을 내세웠지만, 현행 제도 아래 이같은 상황을 감안하면 단기간 내 일괄 교체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6월 9일 기업분석연구소 리더스인덱스(대표 박주근)가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에 공시된 내용을 바탕으로 2026년 지정 공공기관 342곳의 상임 임원 임기 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6월 4일 기준), 공석인 36개 기관을 제외한 306곳 중 232곳은 이전 정부 시절 임명된 인사(윤석열 정부 226곳·문재인 정부 6곳)로 확인됐다.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기관장들의 잔여 임기를 보면, 1년 이상 남은 곳은 전체 공공기관의 58.8%인 133곳이었다. 특히 2024년 12·3 계엄 사태 이후 임명된 기관장만 61명에 달했으며

[이슈&논란] 유엔사 부지 더파크사이드 서울, 용산의 미래 녹지축 완성 속도 높인다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서울 용산의 미래 가치를 끌어올릴 유엔사부지 공원·녹지 조성사업이 본격 속도를 낼 전망이다. 용산일레븐은 지난 4월 용산구청장실에서 용산구, LH 서울지역본부 용산사업단과 함께 ‘유엔사부지 공원·녹지 조성 수준 향상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날 협약식에는 박희영 용산구청장, 김연호 LH서울지역본부 용산사업단장, 엄석오 용산일레븐(일레븐건설) 회장 등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이번 협약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22-34 일대 유엔사부지 내 공원·녹지를 보다 쾌적하고 완성도 높은 도시 녹지공간으로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협약에 따라 용산구는 공원 조성계획 변경 등 행정적 지원과 준공 후 시설물 인수 및 유지관리를 맡고, LH는 공원 조성을 위한 부지를 제공하고 정해진 사업비를 부담한다. 용산일레븐은 공원·녹지 조성공사를 수행하며, 수준 높은 공간 조성을 위한 추가 사업비를 전액 부담하게 된다. 해당 사업은 2023년부터 추진 중이며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협약은 공공과 민간이 함께 도시의 공공성을 높이는 녹지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민간의 자본과 기획 역량, 공공의 행정과 관리 체계

[The Numbers] '236만원 황제주' SK하이닉스, 액면분할 미루는 진짜 이유…15조원 ADR 상장 후 히든카드 '만지작'

[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한 주당 236만원. 일반 투자자에게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SK하이닉스 주가가 100만원을 돌파하며 코스피 '황제주' 반열에 오른 게 엊그제같은데, 어느새 200만원을 넘어 300만원을 향해 고속질주하면서 시장에서는 액면분할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그러나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은 2026년 3월 25일 정기주주총회에서 "지금 당장은 액면분할 계획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단순한 미루기일까. SK하이닉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액주주 2배 늘었지만…SK하이닉스 '글로벌 카드' 먼저 꺼낸다 SK하이닉스의 소액주주는 2023년 58만명에서 2025년 말 118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주가 상승과 함께 개인투자자의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어난 결과다. 그러나 주당 가격이 200만원을 넘어서자 신규 진입자들의 진입장벽은 더욱 높아졌다. 액면분할은 기업가치를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주당 가격을 낮춰 투자자 접근성을 높이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삼성전자가 2018년 5월 50대 1 액면분할을 단행한 이유도 바로 이것이었다. 당시 삼성전자는 주가가 250만원을 넘어서자 액면가를 5,000원에서 100원으로 낮췄고, 그 결과

[The Numbers] 일레븐건설, 흑자전환 이끈 '용산 유엔사'의 힘…오너 책임경영·재무 건전성 다 잡았다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일레븐건설(대표이사 엄성용)이 용산 유엔사 부지 복합개발사업(더 파크사이드 서울)의 본격화에 힘입어 지난해 1800억원대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괄목할 만한 턴어라운드에 성공했다. 최근 PF 시장 위축으로 건설·시행업계 전반에 유동성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인 성과다. 감사보고서를 면밀히 분석한 기업재무전문가들은 일레븐건설의 이번 실적을 두고 "미래 현금 창출 능력에 대한 객관적 증명이자 철저히 통제된 리스크 관리의 결과물"이라고 평가했다. ◆ 대형 회계법인이 공인한 '지속 가능한 이익 구조'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일레븐건설의 2025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1602억원으로 전년(383억원) 대비 318.4% 급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1837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적자 고리를 끊고 대규모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일각에서는 당기순이익에 반영된 약 998억원의 이연법인세자산(법인세수익)을 두고 착시 효과라는 지적을 제기하나, 이는 회계학적 메커니즘을 오인한 분석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회계기준(K-IFRS)상 이연법인세자산은 향후 과세소득(이익)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을 때만 외부 감사인의 엄격한 검증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