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미 공군 KC-135R 공중급유기가 호르무즈 해협 인근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비상 코드 ‘7700’을 발신한 직후 레이더에서 사라진 사건이 중동 지역 군사 긴장과 글로벌 에너지 안보 불안을 동시에 키우고 있다.
현재까지 미 중부사령부(CENTCOM)와 이란, 카타르 등 관련 당사국 어느 쪽에서도 기체의 상태를 확인하는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이번 ‘실종’은 의도적 공격인지, 전자전의 부산물인지, 단순 기체 결함인지를 둘러싼 추정만 난무하는 상황이다.
비상 코드 ‘7700’ 뒤 신호 두절…공개 데이터가 보여준 마지막 30분
항공기 추적 서비스 플라이트레이더24(Flightradar24)에 따르면 문제의 기종은 미 공군 공중급유기 보잉 KC-135 ‘스트라토탱커’로, 아랍에미리트(UAE) 알 다프라 공군기지에서 이륙해 이란 인근 페르시아만 상공에서 작전 중이었다.
공개된 비행 데이터는 이 기체가 일정 시간 원형 대기 패턴(holding pattern)을 그리다가 고도 하강을 시작했고, 이후 카타르 방향으로 기수를 돌린 뒤 비상 상황을 알리는 일반 조난 코드 ‘7700’을 발신한 것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이 비상 신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카타르 영공 인근에서 트랜스폰더 신호가 완전히 끊기면서 항적이 지도에서 사라졌다.
주요 매체 역시 이 공통된 오픈소스 데이터를 바탕으로 “작전 중 비상 신호 발신 후 실종”이라는 동일한 프레임으로 사건을 보도하고 있다. NDTV와 Flightradar24를 인용해 “중동 긴장 고조 속 이란 인근 상공에서 7700 조난 신호 이후 항적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현 시점에서 확인 가능한 팩트는 비상 코드 발신, 항로 변경, 그리고 카타르 인근에서의 갑작스러운 신호 두절까지 세 가지로 요약된다.
‘침묵’ 지키는 워싱턴·테헤란…최근 KC-135 피격·추락 사고까지 겹쳐 의구심 증폭
이번 사건의 특이점은 군사적 민감성을 감안하더라도 이례적일 만큼 관련국의 입이 무겁다는 점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기준 미 국방부와 CENTCOM, 카타르 당국은 물론 이란 정부 역시 사건의 성격과 기체의 상태, 적대 행위 연루 여부에 대해 아무런 구체적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들은 “적대적 행동과 관련됐는지 여부가 확인되지 않았고, 미국은 이와 관련해 언급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관영 통신사 타스통신과 파르스 통신은 플라이트레이더24 데이터를 근거로 “미 공군 공중급유기가 비상 신호 발신 후 실종됐다”고 보도하면서도, 이란 측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는 어떤 주장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과거 이라크 상공 KC-135 추락 당시 친이란 무장세력이 신속히 “격추”를 자임했던 사례와는 대비되는 행보다.
미국 역시 공식 브리핑에서 “사고인지, 공격인지, 기타 요인인지에 대해 언급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어, 양측 모두 정보의 상당 부분을 전략적으로 숨기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KC-135 기단은 올해 들어 중동에서 연쇄적인 사고와 공격을 겪었다. 3월 이라크 서부 상공에서는 KC-135 한 대가 추락해 탑승자 6명 전원이 사망했으며, 이 사고에 대해서는 이라크 내 친이란 성향 무장세력 연합체가 “영공 수호”를 명분으로 격추를 주장한 바 있다. 미국 측이 “사고 경위 조사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이 사건 역시 중동에서 미 공중급유기가 표적이 되는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KC-135R 기체 상태에 대한 우려도 이미 제기된 바 있다. 이란의 공격으로 손상을 입었다고 추정되는 KC-135R 기체가 다수의 수리 패치를 덕지덕지 붙인 채 사진에 포착됐다. 이 사진으로 기체 노후화와 피로 누적 이슈를 부각했다. 다만 이번 호르무즈 상공 실종 사건이 기체 피로에 따른 구조적 결함인지, 외부 공격인지, 전자전 개입인지에 대해서는 현재까지 어느 쪽도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호르무즈 ‘에너지 초크포인트’ 위기…통항량 90% 이상 증발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해상 석유 물동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에너지 안보의 대표적 ‘초크포인트’로 꼽힌다. 최근 몇 달 사이 이란 혁명수비대의 기뢰 설치와 선박 억류, 통행 제한 조치 등이 겹치며, 해상 항적 추적 업체 케이플러(Kpler)와 별도 실시간 대시보드에 잡히는 상선 통항량은 평시 대비 90% 이상 급감한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실시간 트래커는 “대부분 해운사에게 보험 철회와 위험 상승으로 인해 통항이 상업적으로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라며, 정상 유량 대비 파이프라인 우회 운송량이 약 35% 수준에 그친다고 분석한다.
이처럼 이미 ‘해상 교통 마비’ 수준의 상황에서 미 공중급유기까지 실종되자, 국제 에너지·해운 시장은 최악의 시나리오를 우려하고 있다. 호르무즈를 둘러싼 미·이란 간 군사적 충돌 가능성이 다시 부각될 경우, 현재 남아 있는 제한적 통항마저 완전히 끊기거나, 유조선 보험료와 운임이 급등해 실질적인 봉쇄 효과가 심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자전·GPS 재밍·정보 비공개…‘보이지 않는 전쟁’ 신호탄일까
이번 사건의 또 다른 키워드는 ‘보이지 않는 전쟁’, 즉 전자전과 정보 비공개다. 오픈소스 인텔 자료에 따르면, 사고 당시 호르무즈 해협 일대에서 강력한 GPS 재밍 및 스푸핑이 포착됐다는 보고가 있었고, 일부 OSINT 채널은 H125 경헬기 2대가 카타르 알 우데이드 공군기지에서 급히 이륙한 정황을 근거로 수색·구조(SAR) 작전 개시 가능성을 제기했다.
KC-135 기단은 노후 기체임에도 여전히 미 공군 공중 작전의 핵심 인프라로, 장거리 폭격기와 전투기, 정찰자산의 ‘생명줄’ 역할을 한다. 최근 몇 달간 이 기단을 둘러싼 피격·추락·손상 사례가 연속적으로 포착되고 있는 만큼, 호르무즈 상공에서의 이번 실종은 단순한 개별 사고를 넘어 미 공군의 전력 운용 패턴과 중동 전역의 전자전 양상을 재점검해야 할 계기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추후 미 군 당국의 공식 조사 결과와 위성·레이더 자료 공개 여부가 이 사건의 성격을 가를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