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이그. 그러니깐 고운 마음으로 박을 키웠어야지.”
권선징악의 대명사이자 고전 명작의 아이콘 ‘흥부전’을 읽던 딸아이가 혀를 차며 안타까운 듯 읊조렸다. 일부러 다리를 부러트린 놀부에 대한 복수심으로 제비가 재앙의 씨앗을 물어 다 준거라 생각했던 필자에게는 상당히 신선한 접근이었다. 박씨는 같았지만 키우는 자의 마음가짐이 달라서 내용물이 달라진 것이라니. 그럴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던 찰나 휴대폰 속 ‘Figure AI의 휴머노이드 로봇 대량 생산 체재’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 예비 신부의 3대 신혼 가전
요즘 예비 신부들에게는 3대 신혼 가전 로망이 있다고 한다. 글을 읽는 당신이 만약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라면,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건조기’, 이 (없어도 될 것만 같은) 세가지 가전은 꼭 기억해두자. ‘내가 하면 되지 뭘 그런데 돈을 써?’ 라는 꼰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의 꿈을 접어야 할 정도로 이 세 가전의 사용은 보편화 되었는데, 가만 보니 이 가전들의 공통점에서 익숙함이 느껴진다.
요즘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을 꼽으라면 ‘시간의 효율적 사용 선호’를 들 수 있다. 유투브 영상을 2배속으로 시청하다 그것조차 아까워 AI로 축약본을 만들어 훑는다. 긴 호흡의 영상보다 쇼츠를 선호하며, 신문보단 카드뉴스를 선호하는 현 세대에게 ‘시간’ 은 매우 효율적이어야만 하는 resource이다.
그런 그들에게 집안일이라고 하는 것은 비효율적 시간 낭비임이 분명하다. 설거지하는 시간과 바닥청소를 하는 시간, 그리고 빨래를 널어 말리는 시간을 삶에서 투자하는 것은 어리석다는 것을 알기에, 그들은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 그리고 건조기를 선택하였다.
그리고 이젠 시대가 발전하여 시간을 더욱 효율적으로 만들어줄 차세대 신혼 가전인 ‘휴머노이드 로봇’이 등장 예정이다. 식기세척기에 그릇을 넣고 빼는 것, 로봇청소기가 모아놓은 쓰레기를 버려다 줄, 그리고 건조기에 있는 빨래를 꺼내 정리해줄 시간 효율의 확장판인 가정용 휴머노이드 로봇이 성큼성큼 다가오는 중이다.
◆ 노동의 시간, 그리고 삶의 질
세간에 세탁기 라고 하는 가전이 처음 등장하던 때, 사람들은 예상했다고 한다. 이제 가사노동의 시간이 혁신적으로 줄어들 것이라고. 손빨래를 공들여 하던 기존과 달리 세탁기 라고 하는 똑똑한 기계가 짧은 시간 안에 뚝딱 빨래를 해버리니 이제 여성들에게는 자유가 찾아올 것이라 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노동의 시간은 변함이 없었다고 한다. 손빨래를 할 때는 1주일에 한 두 번 모아서 빨래하던 것이, 이제는 세탁기 가 생기자 더 자주 빨래를 하게 된 것이다. 결국 1주 당 빨래 노동 시간은 그대로였는데 오히려 다른 것이 바뀌었다. 바로 삶의 질이다. 빨래를 더 자주 하게 되어 늘 깨끗한 옷을 균일한 퀄리티로 관리할 수 있게 된 점은 삶의 질 향상으로 이어졌다.
그렇다면 지금의 변화는 어떠 한가? 오히려 삶의 질은 그리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보인다. 빨랫대에 옷을 말리든 건조기에 옷을 말리든 혁신적으로 무언가 질이 나아졌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세탁기술과 세재의 발전 등 이미 기술적인 부분에서 끝자락에 다다랐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동 시간이 변했다. 비슷한 퀄리티에 노동 시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었다. 그렇다. 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선호하는 세대에게 여유 시간이 주어진 것이다.
◆ 시간의 박을 키우는 방법
자 이제 우리의 손에는 시간이라는 박씨가 쥐어졌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물고 온 이 박씨는 흥부의 재물 박이 될 수도 있지만 놀부의 재앙 박이 될 수도 있다. 성장을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것인가 아니면 게으름을 위한 여유로 활용할 것인가는 개인의 의지에 달려있기에 이는 자칫 극단화를 야기하거나 초격차를 낳을 수 있다. 우수한 자에게는 더욱 큰 성장의 단초가 될 것이고, 게으른 자에게는 더욱 나태하게 살 명분이 될 지 모른다. 따라서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은 인생의 방향을 결정해 줄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가지 반드시 유의해야 할 사항이 있다. 애초에 ‘시간의 효율적 사용’을 지나치게 선호하여 중요한 것마저 효율화 시켜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1가정 1 로봇의 문화가 자리잡게 된다면, 많은 이들이 집안의 일 들에서 해방이 될 텐데, 그 때 로봇이 아닌 우리 스스로가 꼭 해야 하는 것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부부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그러할 것이고 육아와 관련된 것들이 그러할 것이다. 함께 요리를 만들어가는 추억이 그러할 것이고, 가족끼리 함께 집을 꾸미는 기억이 그러할 것이다. 지나친 효율은 본질을 훼손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일을 대신해 줄 순 있지만 우리의 삶을 대신해 줄 순 없다는 것을.
* 칼럼니스트 ‘쿠자’는 소통 전문가를 꿈꾸며 신문방송학을 전공하였고, KBS 라디오 DJ를 거쳐, 외국계 대기업의 인사업무를 담당하며 역량을 키워왔습니다. 다양한 강의와 공연을 통해 소통의 경험을 쌓아온 쿠자는 현재 사물과 현상의 본질을 파악하는 능력과 더불어 코칭이라는 깨달음을 통해 의미 있는 소통 전문가가 되고자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