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국내에서 원칙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테슬라 완전자율주행(FSD)을 불법으로 활성화한 사례가 최소 85건 적발되면서, 전기차 소프트웨어 시대에 맞지 않는 규제체계와 허술한 단속이 도마 위에 올랐다. 중국산 모델3·Y가 한국 테슬라 등록 대수의 97% 이상을 차지하는 구조 속에서, 합법적으로 FSD를 쓸 수 있는 차량은 2.4%에 불과한 데 비해 불법 ‘탈옥’은 이미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는 지적이다.
18만대 중 4,292대만 ‘합법 FSD’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용갑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4월 28일 기준 국내에서 테슬라 FSD 기능을 무단으로 활성화하다 적발된 사례는 총 85건이다. 같은 기간 한국에 등록된 테슬라는 18만684대로 집계됐고, 이 가운데 FSD를 합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차량은 4,292대(2.4%)에 그친다.
미국에서 생산된 모델 S 1,193대, 모델 X 2,708대, 사이버트럭 391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 안전기준(FMVSS) 인증을 인정받아 별도 국내 인증 없이 FSD OTA(무선 업데이트) 사용이 허용된 결과다. 반대로 국내 판매량의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중국 상하이 공장산 모델3·Y는 국내 안전기준 인증을 받지 않아, 옵션을 결제해도 FSD 기능이 원천적으로 막혀 있다.
문제는 테슬라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전 세계 차량에 사실상 동일하게 탑재한 뒤, 지역 규정에 따라 기능을 잠그는 구조라는 점이다. 차주 입장에서는 차량 안에 FSD가 ‘물리적으로 들어와 있는데’ 한국 규제 때문에 메뉴만 막혀 있다고 인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다 자율주행 옵션 가격이 1,000만원 안팎에 이르고도 수년째 한국에선 제대로 쓸 수 없다는 불만이 누적되면서, 집단소송과 함께 “규제가 문제”라는 테슬라 측 설명이 맞물려 소비자 불신이 커졌다.
500유로짜리 USB로 여는 ‘탈옥’…85건은 “빙산의 일각”
국내외 해킹 커뮤니티와 텔레그램 채널을 중심으로, 비공식 외부 USB형 장비나 오픈소스 툴을 활용해 차량 소프트웨어를 조작하는 ‘FSD 탈옥’ 기법이 빠르게 확산된 것이 이번 사태의 배경이다. 유럽 등지에서는 약 500유로 수준의 소형 장치를 차의 통신 포트에 꽂아 지역 코드와 옵션 플래그를 속이는 방식이 이미 상업적으로 유통되고 있고, 이런 장비나 코드를 그대로 들여와 한국산·중국산 차량에 적용하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국토부 자료상 적발 건수는 85건이지만, 이는 테슬라코리아가 자동차 사이버보안 인증체계(CSMS)에 따라 비정상 트래픽과 소프트웨어 변조 징후를 탐지해 신고·차단한 사례를 토대로 한 수치다. 테슬라가 원격 업데이트로 FSD 기능을 비활성화하고 국토부가 수사 의뢰까지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정부는 이 행위를 자동차관리법상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임의로 변경·설치·추가·삭제하는 행위’로 규정했다. 위반 시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안전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차량으로 간주돼 운행 자체가 금지될 수 있다는 게 당국 설명이다.
그럼에도 업계와 법조계에서는 실제 불법 활성화 시도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소프트웨어 조작의 특성상 국토부와 테슬라 시스템이 포착하지 못한 ‘조용한 탈옥’은 통계에 잡히지 않고,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차량 식별번호(VIN)만으로는 실소유자를 특정하기 어려워 상습 위반자 추적도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85건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뒤쫓는 규제, 앞서는 소프트웨어…제도 개편 시급
국토부는 3월 31일 “국내 테슬라 일부 모델의 FSD 기능 무단 활성화 시도는 명백한 불법”이라며 형사처벌 가능성을 공개 경고했다. 이어 4월 23일에는 관련 사건을 경찰에 공식 이첩했고, 테슬라코리아도 차주 개별 공지와 함께 불법 장치 사용 적발 시 무상보증 및 수리·보험·중고차 잔존가치에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소프트웨어를 통한 기능 개방이 원격·비가시적으로 이뤄지는 만큼, 물리적 불법 개조를 단속하던 기존 체계로는 실시간 대응이 구조적으로 뒤처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입법부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박용갑 의원은 국내 언론 인터뷰에서 “현재 FSD 불법 활성화 대응은 사후 적발에 머문다”며 “개별 차주의 반복 위반 여부도 추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제도적 공백을 메우는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개인정보보호를 전제로 하되, 자율주행·커넥티드카에 한해 안전과 직결되는 소프트웨어 위법 행위에 대해선 차량 정보와 소유자 정보를 제한적으로 연동하는 별도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다.
아울러 한·미 FTA를 근거로 미국산 테슬라만 FSD를 허용하고 중국산 모델3·Y는 사실상 ‘먹통’으로 방치한 채 벌금을 앞세우는 현재 구조가, 결과적으로 소비자를 탈옥의 유혹으로 내몰고 있다는 비판 역시 제기된다.
핵심은 한국이 소프트웨어 중심 자동차(SDV) 시대의 규범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는 “자동차의 안전한 운행에 영향을 미치는 소프트웨어 임의 변경은 중대 위법”이라는 원칙을 강조하지만, 정작 합법적인 기능 개방과 단계적 인증·검증의 로드맵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규제가 뒤늦게 달려가는 사이, 소비자와 글로벌 빅테크가 먼저 실험대에 오른’ 지금의 FSD 논란은, 한국형 자율주행 규제체계를 근본부터 재설계하라는 일종의 경고장에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