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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테크

[빅테크칼럼] AI가 쏟아낸 ‘팟슬롭’ 신규 팟캐스트 10개 중 4개…스포티파이·스피커·인덱스 플랫폼, AI슬롭에 '고심'

 

[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AI가 만든 저품질 오디오 콘텐츠, 이른바 ‘팟슬롭(podslop)’이 글로벌 팟캐스트 생태계를 급속히 잠식하면서 플랫폼·광고·규제 전반을 뒤흔들고 있다.

 

TechRadar와 블룸버그 등 복수 매체 보도와 KOCCA, marketgrowthreports, researchnester, Podsqueeze를 종합하면, 최근 9일 동안 전 세계 팟캐스트 디렉토리에 새로 추가된 쇼 가운데 약 39%가 AI 생성물로 추정될 만큼 규모가 이미 ‘스팸급’으로 커졌다는 분석이다.

 

9일 새 1만871개 중 4,243개가 AI…“사람이 만든 방송이 오히려 소수”


오픈소스 팟캐스트 추적 플랫폼 ‘Podcast Index’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최근 9일간 새로 생성된 팟캐스트 피드는 총 1만871개였고, 이 가운데 4,243개(39%)가 AI가 만든 것으로 분류됐다. 최초 보도를 한 블룸버그의 애슐리 카먼 기자는 “신규 쇼의 거의 10개 중 4개가 AI 생성이라는 뜻이며, 증가 속도가 업계의 규칙 제정 속도를 앞지르고 있다”고 지적했다는 내용이 TechRadar를 통해 재인용되고 있다.

 

스팸성 AI 팟캐스트의 ‘물량 공세’는 특정 사업자에 집중돼 있다. Inception Point AI라는 한 퍼블리셔는 하루에만 325개의 새로운 쇼를 쏟아내 전체 신규 등록의 약 5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회사는 이미 5,000개 이상의 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주당 3,000편 이상을 제작하고, 회당 제작비를 1달러 이하로 낮춰 최소 수십 명만 들어도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구조를 구축했다는 분석이 일본·국내 IT 매체와 테크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되고 있다.

 

콘텐츠 스펙트럼도 무차별적이다. 한쪽에서는 브루노 마스의 전기를 포르투갈어로 풀어내고, 다른 한쪽에서는 ‘하루 1만 보 걷기’ 같은 건강 상식을 양산하는 식이다. 핵심은 ‘품질’이 아니라 ‘검색어’와 ‘에피소드 수’를 극대화해 알고리즘 노출과 광고 인벤토리를 확보하는 데 맞춰져 있다는 점이다.

 

“에피소드 한 편 1달러면 된다”…스팸을 부르는 경제학


생성형 AI가 팟캐스트 시장에 던진 가장 큰 변화는 경제 구조다. 팟캐스트 제작·유통 시장을 다룬 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AI가 관여한 신규 팟캐스트 에피소드는 특히 뉴스·설명자 카테고리에서 신규 업로드의 약 8%를 차지했고, 합성 음성을 활용한 일일 업데이트 포맷이 빠르게 늘고 있다.

 

Podcast Videos와 여러 시장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AI 음성·대본 생성 도구를 활용하면 에피소드 한 편당 1달러 내외의 비용으로 주당 수천편의 콘텐츠를 뽑아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인셉션 포인트 AI 사례처럼 5,000개 프로그램에서 주당 3,000개 이상의 에피소드를 뽑아내는 구조에서는, 에피소드당 청취자가 20명 수준만 확보돼도 광고·제휴 수익으로 손익분기점에 도달한다는 계산이다.

 

글로벌 팟캐스팅 시장이 전체적으로는 고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는 점도 ‘팟슬롭 비즈니스’를 부추기는 배경이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 기관은 2025년 전 세계 팟캐스트 시장 규모를 약 324억 8,000만 달러로 추정하면서, AI 기반 기술 확산을 동력으로 2035년까지 약 27.3%의 연평균 성장률(CAGR)을 기록해 3,629억 9,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또 다른 보고서는 ‘팟캐스팅 분야 AI 시장’만 따로 떼서 2030년 161억 2,000만 달러 규모, 연 31.7% 성장 전망을 제시하며 AI의 역할이 주변 기능을 넘어 수익 창출의 중심축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처럼 ‘싸고 많이 찍어낼수록 유리한’ 구조가 고착되면서, 유튜브·음원 플랫폼에서 이미 문제로 떠오른 ‘슬롭(slop)’ 현상이 팟캐스트 영역으로 복제되고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IT 전문매체 보도에 따르면, 유튜브에서는 AI가 만든 저품질 자극성 영상이 신규 이용자 추천 영상 5개 중 1개 수준까지 침투했고, 상위 100개 채널 중 278개가 슬롭 콘텐츠만으로 연 1,700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팟캐스트도 이와 유사한 ‘저품질 대량생산-알고리즘 노출-광고 수익’의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커졌다는 의미다.

 

스포티파이·스피커·인덱스…뒤쫓는 플랫폼, 앞서가는 AI


플랫폼의 대응 속도는 명백히 뒤처지고 있다. iHeartRadio 산하의 호스팅 서비스 ‘Spreaker’는 자사 시스템이 AI 생성 팟캐스트로 식별한 쇼에 대해 ‘AI 생성’ 알림을 표시하는 기능을 도입했지만, 라벨링 수준의 미봉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스포티파이는 최근 ‘Verified by Spotify’ 배지를 도입해 청취자가 ‘인간 창작자’를 구분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밝혔지만, AI 생성 콘텐츠 자체는 여전히 허용하고 있어 본질적인 해결책과는 거리가 있다.

 

팟캐스트 인프라 측에서는 자정 장치도 마련되고 있다. Podcast Index는 스팸·피싱·‘저품질 AI’로 표시된 쇼를 식별하는 신규 API 엔드포인트를 열었고, 호스팅 업체와 앱들이 이를 연동해 피드를 정리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AI가 생성하는 콘텐츠의 양과 변주 속도를 고려하면, 기술적 필터링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는 회의론도 만만치 않다.

 

실제로 팟캐스트 업계 전문 매체 Podnews가 4월 중순 하루 동안 신규 등록된 프로그램을 분석한 결과, 사람이 직접 만든 ‘합법적인’ 팟캐스트로 분류된 비중은 전체의 44.6%에 불과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이는 신규 제출의 과반이 이미 스팸·저품질 AI 혹은 상업적 자동화 콘텐츠라는 뜻으로, 개방형 RSS 구조를 기반으로 성장해 온 팟캐스트 생태계의 정체성과도 정면으로 충돌하는 수치다.

 

검색·발견·신뢰의 3중 위기…한국 시장도 ‘슬롭’의 그늘 피하기 어렵다


문제의 본질은 ‘발견과 신뢰’에 있다. TechRadar와 Podnews가 지적하듯, 청취자 입장에서는 수많은 AI 자동생성 쇼 속에서 의미 있는 프로그램을 찾아내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고, 플랫폼이 별도의 개입 없이 신뢰를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회의가 커지고 있다.

 

한국 시장 역시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국콘텐츠진흥원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보고서는 차세대 방송·미디어 비전 수립 연구에서, 생성형 AI의 확산이 국내 미디어 산업 전반에 구조적 변화를 야기하고 있다며 플랫폼 사업자에게 “신속한 탐지·삭제 체계와 위기 상황 대응 프로토콜 구축”을 주문하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생성형 AI 이용률 조사에서도 전체 국민의 24%가 이미 생성형 AI를 사용해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고, AI를 업무에 활용하는 비율은 한국이 조사 대상국 중 가장 높은 51.1%로 집계되는 등 AI 기반 생산·유통이 일상화되는 흐름이 확인된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저널리즘과 오디오 플랫폼이 이른바 ‘AI 슬롭’ 문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않으면, 알고리즘이 저품질 콘텐츠를 증폭시키고 신뢰 기반을 잠식하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라벨링 의무화, 워터마크 도입, 스팸성 AI의 수익 창구 차단, 공적 팟캐스트 레지스트리 구축 등 규제·자율규제 혼합형 해법이 제안되지만, 표현의 자유와 혁신 저해 논란을 동시에 안고 있는 만큼 글로벌 차원의 조율 없이는 실행력이 떨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결국 AI가 만든 ‘팟슬롭’의 확산으로 팟캐스트는 지금, 개방성과 품질관리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기로에 서 있다. AI를 배제할 수 없다면, 어떤 기준과 기술·규범으로 인간이 만든 콘텐츠와 공존시킬 것인지가 향후 수년간 오디오 산업의 핵심 쟁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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