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현주 기자] 쿠바가 미국과의 정치 체제 협상을 전면 거부하며 “필요시 무장 저항”을 공식화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쿠바 “즉시 점령”과 항공모함 배치를 공언하며 군사적 압박 수위를 끌어올린 데 대한 정면 대응이다.
석유 수입이 최대 90% 가까이 줄어든 ‘에너지 질식’ 국면에서, 워싱턴의 군사 위협과 경제 봉쇄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21세기형 포위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쿠바 거의 즉시 점령 가능”…항모까지 언급
foxnews, newsweek, cibercuba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플로리다주 팜비치에서 열린 행사에서 “미군은 쿠바를 거의 즉각적으로 장악할 수 있다”고 말하며, “중동에서 귀환하는 항공모함을 쿠바 해안에서 100야드 떨어진 곳에 세우기만 하면, 그들은 ‘감사합니다, 항복합니다’라고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는 “나는 쿠바에서 내가 원하는 건 뭐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쿠바를 점령하는 영광을 누리겠다”는 발언도 내놓으며 군사 개입 가능성을 노골적으로 시사했다. 같은 날 그는 쿠바 에너지·국방·광업·금융 서비스 분야를 겨냥한 대(對)쿠바 제재 확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런 발언과 조치는 1월 말 이란 전쟁 파병에서 귀환하는 항모 전력을 쿠바 앞바다에 재배치할 수 있다는 메시지와 맞물리면서, 쿠바 정권 교체를 목표로 한 ‘군사 시사 + 경제 봉쇄’ 투 트랙 압박으로 해석된다. 미국 내 일부 매체와 외교 소식통은 백악관이 비공개 협상에서 미겔 디아스카넬 대통령 퇴진을 조건으로 제시했다는 보도도 전했다.
“정치 체제·대통령직은 협상 대상 아냐”
쿠바 정부의 반응은 단호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아바나 컨벤션 팰리스에서 열린 국제연대회의 연설에서 미국의 군사 행동 가능성을 “위험하고 전례 없는 수준”이라고 규정하며, “미국의 군사적 침공이 임박했다”고 경고했다. 그는 “쿠바의 모든 남녀는 소총을 들고 방어 임무를 부여받았다”며, 미국이 침공할 경우 “국토 구석구석에서 저항에 직면할 것”이라고 반격했다.
외무부는 정치 체제와 지도부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서 완전히 분리했다. 카를로스 페르난데스 데 코시오 쿠바 외무차관은 3월 아바나 기자회견에서 “쿠바의 정치 체제는 협상 대상이 아니며, 대통령을 포함한 어떤 공직자의 직위도 미국과의 협상에 따라 결정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또 “쿠바 정부의 성격과 통치 구조, 인적 구성은 주권 국가의 고유 권한이며 어떠한 협상 대상도 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 역시 NBC 인터뷰 등에서 “다당제 도입이나 임기 문제는 미국이 간섭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정치 체제 간섭을 거듭 거부했다.
석유 봉쇄로 ‘하루 25시간 정전’…유엔 “위기의 정점”
정치·군사적 긴장은 치명적인 에너지 위기 위에서 전개되고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미국의 제재와 압박으로 촉발된 쿠바의 연료 부족이 “인도주의적 위기의 정점”에 이르렀다고 평가했다. 유엔에 따르면 쿠바 병원들은 잦은 정전과 필수 의약품 부족, 주요 의료장비 가동 중단에 직면해 있으며, 종양 치료와 투석 등 중증 환자 시술이 대거 연기되고 있다.
쿠바 측과 국제 연구기관 자료를 종합하면, 미국이 1월 29일 행정명령을 통해 쿠바를 “비상하고 중대한 위협”으로 규정하고, 쿠바에 연료를 공급하는 제3국에도 관세 보복을 경고한 이후 쿠바의 석유 수입은 80~90% 수준까지 급감한 것으로 추정된다. 세계개혁교회연합(WCRC)은 성명에서 이를 “실질적인 석유 봉쇄”로 규정하며 “수십 년간의 제재가 쿠바인의 삶의 질을 구조적으로 훼손해 온 상황이 심각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쿠바 정부는 1~3월 약 두 달 이상 하바나에 신규 연료 유입이 거의 없었고, 러시아 유조선 한 척이 70만 배럴대 원유를 공급하며 겨우 숨통을 틔웠다고 인정했다.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이 물량조차 “최근 바닥을 드러냈으며, 다음 선적 일정은 알 수 없다”고 밝혔다고 현지 매체들은 전했다.
‘레짐 체인지’ vs ‘포위된 국가’…새 냉전의 시험장
워싱턴은 쿠바를 이란에 이어 ‘다음 타깃’으로 삼는 모양새다. 해외 주요 언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행정부는 쿠바를 “실패국가”이자 “미국 안보에 대한 비상 위협”으로 규정하며, 석유 봉쇄·금융 제재·군사 시사를 결합한 압박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반면 디아스카넬 대통령은 “쿠바는 실패국가가 아니라 미국 압박에 의해 포위된 국가”라며, 에너지 부문 투자와 경제 협력에는 문을 열어두되 체제 전환과 정권 교체 요구에는 결코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냉전기 미·소 대립의 상징이던 쿠바가, 21세기 미·중 전략 경쟁과 글로벌 에너지·제재 전쟁의 새로운 시험장으로 떠오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이 ‘레짐 체인지’를 연상시키는 발언과 봉쇄 전략을 굽히지 않는 한, 쿠바는 “모든 국민이 소총을 들겠다”는 절대 항전 서사를 강화하고, 그 사이의 가장 큰 피해는 이미 의료·전력·식량 시스템 붕괴를 겪고 있는 1,100만 쿠바 시민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