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김정영 기자] 중국 유니트리 로보틱스(Unitree Robotics)가 양팔 휴머노이드 로봇 플랫폼 ‘R1 시리즈’를 2만 6,900위안(약 4,290달러·429만원)부터 시작하는 가격에 내놓으면서,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의 가격 질서가 다시 한 번 재편되고 있다.
이 가격대는 기존 수만 달러를 호가하던 듀얼 암(manipulator) 시스템 대비 5분의 1 수준으로, 소수 대형 기업·연구소 전유물이던 고급 조작 로봇을 스타트업·대학 연구실로까지 내려보내겠다는 명확한 신호로 읽힌다.
‘2.69만 위안’이 깨뜨린 가격 상식
유니트리가 공개한 R1 양팔 플랫폼의 중국 내 시작 가격은 2만 6,900위안으로, 일본 매체와 중국 테크 커뮤니티는 이를 “2.69만 위안의 충격”이라 표현했다. R1 시리즈는 총 4개 모델(R1-A5, R1-A7, R1-A5-D, R1-A7-D)로, 팔당 자유도 5축 혹은 7축을 선택할 수 있고, 고정형 데스크톱 베이스(A5·A7)와 실내 자율 이동이 가능한 휠 섀시 탑재형(A5-D·A7-D)로 나뉜다.
구성과 엔드 이펙터(그리퍼·다섯 손가락 정밀 핸드)에 따라 전체 자유도는 15~31까지 달라지고, 정밀도는 엔드 클램프 기준 ±0.1㎜ 수준으로 제시돼 정밀 조립·소형 부품 핸들링 영역까지 겨냥하고 있다.
기존 유니트리 R1 전신 휴머노이드(2족 보행형)의 글로벌 판매 시작 가격이 5,900달러(한화 약 770만~810만원) 수준으로 소개되며 “800만원대 휴머노이드”라는 타이틀을 달았던 것을 감안하면, 이번 양팔 플랫폼은 ‘동작·이동’을 중시하던 R1 본체에서 ‘조작·작업’ 기능을 떼어낸, 보다 실용적인 개발·실험용 모듈형 하위 라인으로 포지셔닝된다. 일본·중국 전문 블로그들은 R1 시리즈를 “인간형 로봇을 ‘살 수 있는 개발 플랫폼’으로 바꾸는 시도”라고 평가하고 있다.
성능 스펙보다 눈에 띄는 ‘단가당 자유도’
R1 양팔 플랫폼의 고정형 모델 무게는 약 11~13㎏, 휠 탑재 모델은 30~32㎏ 수준이며 최대 높이 약 1,323㎜까지 확장 가능하다. 기본 연산 성능은 8코어 CPU 기반 10 TOPS급으로 제공되고, 옵션으로 엔비디아 ‘Jetson Orin’ 모듈을 추가하면 40~100 TOPS까지 끌어올릴 수 있어, 비전 기반 조작이나 강화학습 기반 제어까지 염두에 둔 구성이 가능하다. 이 정도면 단순 pick & place를 넘어, 실험실 수준의 자율 조작·멀티모달 AI 연계가 가능한 수준이다.
기존 유니트리 라인업에서 중형 휴머노이드 G1은 약 1만 6,000달러(약 2,200만원), 대형 H1은 약 1억 2,500만원대 가격에 형성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반면 저가형 R1은 5,900달러(약 800만원 안팎)에 등장해 테슬라 ‘옵티머스’가 제시한 2만 달러, Figure AI의 Figure 02가 지향하는 5만 달러 수준을 한 번에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 R1 양팔 플랫폼은 그보다도 더 낮은 4,290달러 스타트 가격으로, “자유도(DoF) 한 개당 가격” 관점에서 보면 글로벌 휴머노이드·매니퓰레이터 시장 최저선을 다시 쓰는 셈이다.
G1, 빙판 위에서 보여준 ‘운동 성능 광고’
가격만이 메시지는 아니다. 유니트리는 4월 23일, 롤러 스케이트와 아이스 스케이트를 장착한 휴머노이드 G1 영상으로 글로벌 로봇 커뮤니티를 다시 한 번 자극했다. 영상 속 G1은 바퀴-다리 복합 구조를 활용해 빙판 위에서 360도 턴, 한 발 스핀, 앞 공중제비까지 소화하며 균형을 유지하는 장면을 연출했다는 설명이다.
이는 바퀴의 에너지 효율성과 다리의 지형 적응력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이동 시스템을 홍보하는 동시에, 향후 물류센터·상업시설·서비스 현장에서의 고난도 이동 작업 가능성을 암시하는 ‘운동 성능 광고’로 볼 수 있다.
G1은 앞서 세계 로봇 콘퍼런스 등에서 격투기·무술 시연으로 이미 대중 노출을 경험했고, 미국 월마트 온라인몰 입점 등을 통해 상업 유통 채널에서도 존재감을 키워왔다. 이번 스케이팅 영상은 “운동 능력은 상위 G1·H1, 조작·실험 플랫폼은 R1 양팔”이라는 제품 포트폴리오 구도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는 역할을 한다.
“휴머노이드 1위” IPO, 목표 9,100억원 조달
초저가 전략은 자금 조달과도 직결된다. 중국 경제지 보도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2026년 3월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STAR Market) 상장을 위해 IPO 신청서를 제출했고, 약 42억 위안(한화 약 9,100억원) 조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상장 전 시리즈 C 라운드에서 평가받은 기업가치는 약 2.5조원 수준이었고, 상장 이후에는 10조원 이상 밸류에이션이 기대된다는 국내 증권사 리포트도 나온 상태다.
유니트리는 사족보행·휴머노이드 분야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위 기업”이라는 타이틀로 자신을 포지셔닝하고 있으며, IPO를 통해 확보한 자금을 로봇용 AI 모델 개발, 자체 생산 기지 구축, 신제품 개발에 투입하겠다는 계획을 반복해왔다. 이번 R1 양팔 플랫폼의 가격 파괴 역시, 상장 전후 시장 점유율 확대와 데이터·레퍼런스 선점이라는 전략적 목적이 겹쳐 있다.
“기본 하드웨어 표준”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
국내외 테크·로봇 전문 매체들은 유니트리 R1을 두고 “휴머노이드의 아이폰 모멘트냐, 아니면 샤오미식 저가 파괴냐”라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내놓고 있다. 뉴욕포스트,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ChinaTalk, Humanoid.Guide 등은 2025년 5,900달러 R1 공개 당시 이미 “완전 맞춤형, 800만원대 휴머노이드”라는 표현으로 시장 충격을 전한 바 있다. 이후 알리바바 자회사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한 4,900달러(약 720만원)급 R1 해외 판매 개시 보도는, 산업용 로봇 한 대가 수억원이던 시대에서 “장바구니에 담아 결제하는 이족보행 로봇” 시대로 전환됐다는 상징적 장면으로 묘사됐다.
반면, 미국·유럽발 논의에서는 테슬라·Figure AI·아마존·엔비디아 생태계 등과 비교해 소프트웨어·서비스·생태계 측면에서의 격차를 지적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다만 하나의 공통된 메시지는 분명하다. 4,290달러 양팔 플랫폼과 5,900달러 전신 휴머노이드를 동시에 깔아 놓은 유니트리는, “구현형 AI(embodied AI)의 기본 하드웨어” 표준 자리를 두고 글로벌 빅테크·로봇 스타트업과 정면 승부에 들어갔다는 점이다.
결국 429만원짜리 양팔 휴머노이드가 ‘싼 장난감’으로 남을지, 아니면 산업과 연구 현장의 표준 작업 파트너로 자리 잡을지는, 가격을 넘어 데이터·소프트웨어·정책이 얽힌 다음 라운드에서 판가름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