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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lture·Life

[이슈&논란] “가성비보다 경험” 10년 만에 어린이날 선물비용 두배 '껑충'… 장난감 트렌드 변화 따라 구매키워드 '진화'

 

[뉴스스페이스=이승원 기자] 2026년 어린이날을 앞두고 부모 지갑을 여는 키워드는 더 이상 ‘가성비 장난감’이 아니다.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지금의 선물 시장은 패션·디지털 기기·기프트카드 등 ‘실속과 경험’을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어린이날 예산 10년 만에 1.9배… “6학년까지만 준다” 60%


영어교육업체 윤선생이 2026년 4월,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부모 62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어린이날 선물 지출 예산은 1인당 평균 9만5000원으로 집계됐다. 2016년 동일 조사에서 평균 4만9000원을 기록했던 것과 비교하면 10년 만에 약 1.9배 뛴 수치다.

 

응답자의 96%는 “올해 어린이날 선물을 줄 계획”이라고 답했으며, 선물을 주는 기간을 “초등학교 6학년까지”로 한정하겠다는 비율이 약 60%에 달했다. 중학교 진학 이후에는 어린이날이 아니라 생일·성적·기념일 등 다른 이벤트로 선물을 분산하는 방식이 보편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부모가 선택한 선물 품목의 변화도 뚜렷하다. 같은 조사에서 ‘자녀에게 주고 싶은 선물’을 복수응답으로 물은 결과, 1위는 옷·신발 등 의류 및 잡화류 72.7%, 2위는 장난감·인형 등 완구류 44.4%, 3위는 자전거 등 레포츠 용품 34.2%로 집계됐다. 이어 현금·주식 등 금융자산(30.8%), 게임기(30%), 스마트폰·노트북 등 디지털 기기(28.1%)가 뒤를 이었다.

 

이 구조를 어린이날 연령별 선물 추천 리스트에 그대로 대입해보면 그림이 선명해진다. 5~7세 구간은 티니핑·헬로카봇·신비아파트·포켓몬 등 캐릭터 완구와 카드·피규어가, 8~10세에는 닌텐도 스위치 2와 보드게임, 11세 이후에는 무선 이어폰·스마트 펜슬·기계식 키보드·브랜드 운동화·올리브영 기프트카드가 배치돼 있다. 이는 부모 인식 조사에서 드러난 ‘패션·완구·레포츠·디지털·금융’ 순의 선물 선호도가 실제 소비 현장에서 연령별로 나뉘어 구현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줄어드는 아동, 커지는 장난감·기프트카드 시장


인구 구조를 보면 역설은 더 선명해진다. 유엔 ‘World Population Prospects 2024’를 인용한 다슈컨설팅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0~14세 인구 비중은 2024년 10.57%에서 2026년 9.82%로 10% 아래로 내려갈 전망이다.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같은 기간 19.27%에서 21.43%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 수는 줄지만, 세대별 타깃을 향한 ‘선물 산업’의 파이는 계속 커지고 있다는 얘기다.

 

장난감 시장만 봐도 그렇다. IMARC와 Spherical Insights 등 글로벌 리서치 기관은 한국 장난감 시장 규모를 2024년 기준 약 20억~22억 달러 수준으로 추정하며, 2033~2035년까지 연평균 4% 안팎 성장해 30억 달러 중반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아동 인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장난감 시장이 완만하지만 꾸준히 성장하는 구조인 셈이다.

 

또 다른 축인 기프트카드 시장은 성장 속도가 더 빠르다. 리서치앤마켓츠에 따르면 한국 기프트카드·프리페이드 카드 시장은 2026년 약 80억3000만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며, 2021~2025년 연평균 8.2%, 2026~2030년에도 7% 안팎의 성장률을 유지할 전망이다. 어린이날, 생일, 성적·입학·졸업 선물, 명절 용돈까지 ‘현금 대신 코드·카드로 주고받는’ 문화가 이미 하나의 산업을 형성한 셈이다.

 

어린이날 연령별 선물 리스트에서 14세 권장 품목으로 올리브영 기프트카드가 등장하는 것은 이 같은 흐름의 압축판이다. 기프트카드·포인트·모바일 상품권이 청소년에게 첫 금융 경험이자 ‘내가 쓰고 싶은 곳에 직접 쓰는 소비 권리’를 제공하는 도구로 기능하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키즈 스마트워치와 게임기, ‘디지털 키즈’의 성장 엔진


8·10세 권장품으로 제시된 닌텐도 스위치 2와 키즈 전용 스마트워치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뚜렷한 성장 동력을 보여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S Insider는 키즈 스마트워치 세계 시장 규모를 2025년 107억3000만 달러로 추산하며, 2035년 331억9000만 달러까지 연평균 11.96%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같은 보고서에서 통합형(통화·GPS·SOS 등 다기능) 모델이 2025년 기준 매출 비중 58.2%를 차지하고, 아시아·태평양 지역이 전체 매출의 34.5%로 최대 시장이자 2026~2035년 연평균 12.6%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제시한 점도 눈에 띈다.

 

MarketReportAnalytics가 발간한 또 다른 리포트는 키즈 스마트워치 시장을 2025년 12억5800만 달러 규모로 추정하면서 2025~2033년 연평균 15.5%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두 보고서의 절대 규모와 세부 수치는 다르지만, ‘두 자릿수 성장률을 유지하는 고성장 시장’이라는 방향성은 일치한다. 공통된 설명은 부모들의 ‘안전·위치 추적·연락’ 수요가 시장을 끌어올린다는 것이다.

 

게임기 역시 어린이날 선물 상위권에 꾸준히 등장한다. 윤선생 설문에서 부모가 주고 싶은 선물 5위권에 게임기(30%)와 스마트폰·노트북(28.1%)이 포함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키덜트’와 ‘조기 어른이’, 그리고 5월 골든위크 전쟁


장난감 시장의 또 다른 키워드는 ‘키덜트’다. 다슈컨설팅은 한국 장난감 시장을 분석하며, 아동 대상 캐릭터 히트 상품과 20~40대 키덜트(어른 장난감 소비자) 시장이라는 두 개의 엔진이 동시에 시장을 끌고 간다고 진단했다. 0~14세 인구 비중이 줄어도 65세 이상 고령층과 20~40대 성인 소비자가 피규어·레고·보드게임·콘솔 등을 소비하면서 전체 장난감 시장 규모가 유지·성장한다는 설명이다.

 

어린이날 연령별 선물 리스트의 11~14세 구간은 이 구조의 ‘중간 지대’인 이른바 ‘조기 어른이’ 세대를 정교하게 겨냥한다. 젤리캣 키링, 갤럭시 버즈·에어팟, 산리오 다이어리 꾸미기 세트, 스마트 펜슬, 기계식 키보드, 브랜드 로고 메신저 백, 아이돌 응원봉, 올리브영 기프트카드, 브랜드 운동화는 대부분 성인 소비자와 동일한 카테고리다. 이는 “상품”보다 “소비 권리”와 “브랜드 경험”을 선물하는 방식이 주류로 떠오르고 있음을 시사한다.

 

이 프레임 위에서 5월 유통업계의 ‘골든위크’ 전쟁도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다. 대형마트·백화점·온라인 플랫폼들은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이 이어지는 5월을 겨냥해 ‘골든데이’·‘패밀리위크’ 같은 대형 프로모션을 잇달아 준비하고 있다. 한 대형 유통사는 5월 1일 ‘손주 사랑 골든데이’ 라이브 방송을 열어 순금·14K 골드 제품 20여 종을 특가로 판매하고, 장난감·키즈 패션·디지털 기기·건강식품을 묶은 패키지까지 선보였다.

 

여기에 퍼스널라이즈드(맞춤형) 선물 시장까지 더해진다. 한 글로벌 시장조사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퍼스널라이즈드 선물 시장 규모를 2024년 42억 달러에서 2033년 74억9000만 달러까지 연평균 7.5%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름 각인, 맞춤 메시지, 캐릭터 선택권을 더한 패션·굿즈·기프티콘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의미다.

 

결국 2026년 어린이날 선물 시장을 관통하는 메시지는 분명하다. 아이 수가 줄어드는 대신, 한 아이에게 들어가는 돈과 시간, 그리고 선물 산업의 정교함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장난감 시장의 4% 성장률, 키즈 스마트워치의 두 자릿수 성장률, 기프트카드의 7%대 성장률은 모두 ‘한 번 쓰고 버리는 장난감’에서 ‘경험·취향·금융·디지털 리터러시’를 담은 성장 툴킷으로 어린이날 선물이 진화하고 있음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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