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돌고래를 기념하는 날 중에서 가장 보편적으로 인정받는 날은 매년 7월 23일이다. 이 날은 '세계 고래와 돌고래의 날(World Whale and Dolphin Day)'로 지정됐다. 이날은 고래목(Cetacea)에 속하는 모든 고래와 돌고래의 보호와 해양생태계 보전 인식을 높이기 위한 의미를 다시 새기는 날이다.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Sea Shepherd)는 매년 9월 12일을 세계 돌고래의 날로 지정했다. 이는 2021년 9월 12일 북유럽 페로 제도에서 1,428마리의 돌고래가 무참히 학살당한 사건을 계기로, 이들의 죽음을 기리고 돌고래 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선언됐다.
돌고래는 인간 다음으로 지능이 높은 생물로 평가받는 해양 포유류다. 하지만 이 뛰어난 지능은 역설적으로 인간의 전쟁 도구로 활용되는 비극을 낳았다.
전쟁터로 내몰린 해양 지성체
미국 해군은 1960년대부터 '해양 포유류 프로그램(NMMP)'을 통해 돌고래를 군사적으로 활용해왔다. 1962년 캘리포니아 포인트 무구 기지에 연구 시설을 설치한 미군은 1965년 '터피'라는 돌고래가 수면과 수심 60m 사이에서 도구와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면서 군용화 가능성을 입증했다.
현재 미 해군은 5개 팀(MK 4~8)에 총 75마리의 남방 큰돌고래와 35마리의 캘리포니아 바다사자를 운용 중이다. 이들은 72시간 내 지구 상 어느 바다에도 배치될 수 있는 전투 준비 태세를 갖추고 있다. 2003년 제2차 걸프전 당시 이라크 움콰스르 항구 주변에서 100발 이상의 기뢰와 수중 부비트랩을 탐지하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최근 2026년 4월에는 호르무즈 해협 개방을 위해 미 해군이 돌고래를 기뢰 제거 임무에 투입할 준비를 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러시아도 냉전 시절부터 돌고래를 군사적으로 활용해왔다. 구 소련은 크림반도 세바스토폴에서 돌고래에게 기뢰 탐지와 함선 공격 훈련을 시켰으며, 일부는 폭약을 부착하고 적함에 돌진하는 자살 특공대로 훈련받았다. 2022년 우크라이나 침공 당시 러시아는 세바스토폴 항구에 방어 훈련을 받은 돌고래를 배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베트남전과 1980년 시작된 이란-이라크전에도 돌고래가 해상 감시와 기뢰 제거 임무에 투입됐다. 2011년에는 미국이 천안함 침몰 사건 이후 동해에서 돌고래를 군사작전에 투입하려 했던 사실도 국회를 통해 확인됐다.
돌고래 지능의 빛과 그림자…거울 자기인식 테스트 통과, 시그니처 휘슬
돌고래의 평균 지능지수(IQ)는 70~80 수준으로, 개보다 우수하며 일부 연구에서는 60~90 범위로 측정된다. 에모리 대학 로리 마리노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돌고래의 뇌는 체격을 고려했을 때 인간 다음으로 크며, 신경해부학적으로 인간과의 정신적 밀접성이 확인됐다. 특히 장수 고래(long-finned pilot whale)의 신피질은 약 372억개의 뉴런을 보유해 인간(약 190억개)의 거의 두 배에 달한다.
돌고래는 거울 자기인식 테스트를 통과한 몇 안 되는 종 중 하나다. 2001년 다이애나 라이스와 로리 마리노가 수행한 실험에서 돌고래는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몸에 표시된 검은 잉크를 확인하며 자아를 인식하는 행동을 보였다. 2022년 연구에서는 돌고래가 표시된 쪽으로 몸을 돌려 거울을 통해 능동적으로 확인하는 행동이 관찰됐다.
의사소통 능력도 탁월하다. 돌고래는 '시그니처 휘슬'이라는 고유한 음성 신호로 서로를 식별하며, 이는 평생에 걸쳐 학습되고 수정된다. 2025년 7월 우즈홀 해양학 연구소의 연구는 돌고래가 여러 개체가 공유하는 비시그니처 휘슬을 문맥에 맞게 사용하는 것을 확인하며, 이것이 언어와 유사한 의사소통 체계의 기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돌고래의 음성 패턴은 인간 언어에서 발견되는 집프의 법칙을 따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신화 속 신성함에서 전쟁 도구로
고대 그리스 신화에서 돌고래는 아폴로와 포세이돈의 성스러운 동물로 숭배받았다. 기원전 1600년경 크레타 섬 크노소스 궁전의 프레스코화에 등장하는 돌고래는 이미 미노아 신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했음을 보여준다. 호메로스의 '아폴로 찬가'에는 아폴로가 돌고래로 변신해 크레타 상인들의 배를 델포이로 인도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델포이(Delphi)라는 도시명 자체가 그리스어로 돌고래를 뜻하는 단어에서 유래했을 만큼 신성시됐다.
로마 신화에서 돌고래는 넵튠의 충성스러운 동반자로 묘사되며, 죽은 자의 영혼을 축복받은 섬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했다. 흑해 지역에서는 사후 세계로의 안전한 여행을 보장하기 위해 돌고래 형상을 망자의 손에 쥐어주었다고 전해진다.
문화적으로 돌고래는 자유, 의사소통, 지혜를 상징한다. 켈트 전통에서는 물의 수호자이자 변화의 상징으로, 정서적 깊이를 우아하게 항해하는 능력을 나타냈다. 아메리카 원주민 문화에서는 물과 무의식의 연결고리로 여겨지며, 영적 변화와 갱신의 은유로 해석됐다. 현대에는 의식과 무의식 사이의 다리, 보이는 세계와 보이지 않는 영역 사이의 연결자로 상징화된다.
존재론적 딜레마…지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돌고래가 제기하는 철학적 질문은 명확하다. 비인간 존재의 지능을 인정한다면, 그들을 도구로 사용하는 행위는 정당화될 수 있는가? 전문가들은 돌고래의 고지능 특성을 근거로 '비인간 인격(non-human personhood)'으로 대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군용 돌고래는 월급도, 의복도, 전사 후 국립묘지 안장이나 유가족 보상도 필요 없는 '살아 숨 쉬는 군 장비'로 간주된다. 미군 군인 1명이 입대부터 제대까지 평균 400만 달러(약 37억원)를 소비하는 것에 비해 비용 효율적이라는 것이 인간이 운영하는 군사관점의 논리다. 하지만 이는 지능 있는 생명체를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윤리적 문제를 야기한다.
돌고래의 뇌 구조는 또 다른 역설을 보여준다. 뇌 크기는 유인원과 인간 사이에 위치하지만, 신피질은 상대적으로 얇고 원시적인 구조를 유지한다. 진화론적으로 돌고래는 복잡성을 높이는 대신 관련 구조를 증식시켜 계산 능력을 향상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능이 단일한 경로로만 발달하지 않으며, 인간 중심적 기준으로 측정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문화적 상징과 군사적 활용 사이의 간극은 인간 문명의 이중성을 드러낸다. 고대에는 신의 사자로 숭배받았던 존재가 현대에는 기뢰 탐지 장비로 전락했다. 이는 기술 발전이 윤리적 성찰 없이 진행될 때 발생하는 문명적 퇴보를 상징한다. 돌고래가 우리에게 묻는다. 돌고래의 지능은 누구를 위한 것인가, 그리고 우리 인간은 그 지능을 어떻게 대할 것인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