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8월 8일은 ‘섬의 날’이다. 2018년부터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섬의 날’은 바다의 날(5월 31일)과 달리, 섬 고유의 자원과 주민의 삶에 집중한다는 점에서 세계적인 흐름과 차별성을 가진다. 섬의 날을 국가행사로 지정한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한국 섬의 지리적 극값은 단순한 위치 정보를 넘어 국가적 서사를 담고 있다. 한반도를 펼쳐 놓고 동·서·남·북 사방의 가장 바깥 경계를 짚어보면, 그 끝자락에는 예외 없이 섬이 있다. 육지로 닿지 못하는 곳, 파도가 마지막 경계를 긋는 곳. 그 섬들은 단순한 지리적 좌표가 아니다. 분단의 비극, 주권의 선언, 고독의 미학, 외교의 전선이 모두 그 섬들 위에 겹쳐져 있다.
[내궁내정] 섬의 날(8월 8일) 의미·흥미·재미…세계 4위·3348개·무인도 86%·전남 2000개 이상·섬 컨트롤타워 한국섬진흥원·88개섬 어디?
최동단 독도(獨島)…한반도에서 아침이 가장 먼저 오는 섬
독도의 총면적은 18만7,554㎡(18.7554ha)로, 동도(7만3,297㎡, 높이 98.6m)와 서도(8만8,740㎡, 높이 168.5m) 그리고 주변 암초 89개로 구성된다. 울릉도에서 동남쪽 87.4㎞ 지점(한반도 본토(경북 울진 죽변)에서는 동쪽 216.8㎞)의 이 바위섬은, 수면 위 면적만 놓고 보면 초라하다.
하지만 수중까지 포함하면 높이 2,068m, 직경 24㎞, 면적 412㎢의 거대한 해저산이다. 제주도의 한라산(해발 1,947m)보다 물속 독도가 오히려 더 높다는 사실은 우리가 보이는 것만을 '섬'이라 불렀다는 편견을 깨뜨린다.
독도의 행정주소는 '경상북도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1-96번지'다. 대한민국 경찰(독도경비대)이 상주하고, 어민과 등대 관리원이 거주한다. 일본이 시마네현 오키군 소속이라고 주장하는 오키섬에서 독도까지의 거리는 157.5㎞로, 울릉도(87.4㎞)보다 훨씬 멀다. 독도는 한반도의 최동단이자, 매일 아침 가장 먼저 빛을 받는 땅이다. 그 빛 속에 역사와 주권이 함께 담겨 있다.
남한의 최서단 백령도…최서남단은 가거도 '중국이 더 가까운 섬'
남한 실효지배 기준 최서단은 백령도(인천 옹진군)이고, 가거도는 정확히 말하면 최서남단이다. 혼동이 생기는 이유는 경도(동서)를 따지지 않고 감각적으로 '가장 서쪽에 있는 섬'으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백령도는 동경 124°36′36″, 가거도는 동경 125°07′ 남한 최서남단이다. 또 비단섬(북한 평안북도) 동경 124°11′15″, 격렬비열도(서격렬비도, 충남) 동경 125°34′이다. 경도는 숫자가 작을수록 더 서쪽임을 의미하므로 백령도는 남한 공식 최서단, 비단섬은 한반도 전체 최서단이다. 백령도(124°36′)가 가거도(125°07′)보다 약 31분(분/minute) 더 서쪽에 위치한다. 직선거리로 약 46㎞ 차이다. 격렬비열도(서격렬비도)는 충남 최서단 섬이다.
남한 최서단·최북단 섬 2관왕의 백령도는 즉 남한에서 최서단이면서 동시에 최북단 유인도라는 이중의 지리적 극점을 보유한 섬이다. 백령도는 평양에서 146㎞, 북한 장산곶에서는 14㎞도 채 되지 않는다. 맑은 날이면 백령도에서 북한 땅이 육안으로 선명히 보인다. 면적은 약 51㎢ (남한 섬 면적 15위), 해안선은 52.4㎞에 달한다. 3100가구, 인구 4,817명(2026년 기준), 인천항에서 서북쪽 191.4㎞ 떨어져 있다.
조선시대 이대기(李大期, 1551~1628)는 이 섬으로 귀양 와 백령도를 '늙은 신의 손 끝에서 나온 마지막 작품'이라 극찬했. 백령도 두무진의 기암절벽은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린다. 그 아름다움과 달리, 이 섬은 1998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등 서해 긴장의 역사를 가장 가까이에서 목도한 최전선이기도 하다. 섬 면적의 상당 부분이 군사시설 보안구역이어서 내비게이션 서비스도 제약된다.
고구려 때 '곡도(鵠島)'였던 백령도는 고려 태조 때 '백령'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1898년 중화동 교회가 세워졌는데, 이는 한국의 두 번째 장로교회다. 6·25전쟁 때 북한군에 3개월간 점령됐다가 수복됐고, 정전 후 인천 옹진군에 편입되어 오늘에 이른다.
백령도 인근에는 천연기념물 점박이 물범 약 400마리가 서식한다. 또 세계에서 세 곳뿐인 천연 비행장 모래해변(사곶해안)이 있다.
주요 4극 외에 주목해야 할 '준(準)극단' 섬이 하나 더 있다. 가거도는 '가히 살 만한 섬'이라는 이름처럼 사람이 산다. 그러나 한국보다 중국이 더 가까운 이 섬은 지정학적으로 동아시아 해상 경계선의 민감한 지점이기도 하다. 즉 목포에서 가거도까지보다 가거도에서 중국 해안까지가 더 가깝다. 대륙 국가 중국과 반도국 한국의 해상 경계에 서 있는 섬이라는 지정학적 의미는, 가거도가 단순한 행정 구역을 넘어 동아시아 해양 문명 교류의 전초지였음을 시사한다.
전라남도 신안군 흑산면(북위 34°02′49″)에 위치한 가거도는 남한 실효지배 기준 최서남단, 그리고 NLL 이남 기준 최서단이기도 하다. 면적 9.09㎢, 해안선 22㎞에 달한다.
한반도 최남단 마라도(馬羅島)…대한민국의 마지막 땅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대정읍 마라리 (북위 33°06′43″ 동경 126°16′07″)에 위치한 마라도는 북위 33도. 중국 상하이(북위 31도)보다 위도가 높고, 스페인 마드리드(북위 40도)보다는 훨씬 낮다. 아열대 기후가 시작되는 이 섬에서 남쪽으로 149㎞를 더 내려가면 수중암초 이어도(파랑도)가 있다. 이어도는 2003년 대한민국이 해양과학기지를 완공한 곳이지만, 법적으로는 섬이 아닌 수중암초이므로 영토가 아니다. 따라서 마라도가 대한민국 최남단 영토의 마지막이다.
면적 0.3㎢(30만㎡), 해안선 4.2㎞, 최고점 해발 39m다. 모슬포항에서 남쪽 11㎞ 떨어져 있다.
1884년 이전까지 마라도는 무인도였다. 제주도 법화사의 중이 뱀을 잡아 버려 쓸모없는 땅으로 여겨졌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1884년 제주 대정읍 사람들이 처음 입주하면서 오늘에 이른다. 짜장면의 섬, 최남단의 섬으로 관광객에게 알려졌지만, 행정적으로는 제주도 서귀포시 소속의 가장 외진 마을이다. 인구 70~80명이 전부인 이 섬에 연간 수십만명의 관광객이 찾는다. '끝'이 주는 낭만과 호기심이 그만큼 강하다.
그 아래 마라도 본섬 바로 남쪽에 이름 없는 작은 바위섬 하나가 더 있다. 나무위키의 기록에 따르면 "마라도 지도를 자세히 보면 본섬 아래에 작은 섬이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 무명의 바위섬이 최남단이지만, 사람이 살 수 없고 정식 지명도 없다.
한반도 전체 최서단 비단섬(緋緞島·Bidan Island)
비단섬은 평안북도 신도군 비단섬로동자구 (북위 39°48′18″ 동경 124°11′15″)에 위치한 한반도 전체에서 가장 서쪽에 있는 땅이다. 백령도(동경 124도 36분)보다 약 25분 더 서쪽에 있다. 압록강 어귀에 위치한 비단섬은 원래 신도·마안도·양도·말도 등 여러 개의 작은 섬들을 1958년 대규모 간척사업으로 제방으로 연결해 만든 인공섬이다.
한반도 극서를 이루는 마안도(馬鞍島, 동경 124°11′, 면적 0.3㎢, 해안선 2.3㎞)도 비단섬의 일부다. 비단섬 전체 면적 64.368㎢ (북한 최대 섬), 동서 길이 5.76㎞, 남북 길이 13.76㎞, 둘레 49.07㎞, 최고점 89m이다.
비단섬의 이름은 북한이 갈(葛) 재배로 직물 원료를 생산하는 섬이라는 의미에서 붙였다. 마안도 남쪽 간석지에는 '비단섬 코끼리바위'가 있는데, 이는 북한 천연기념물 제63호로 지정된 지형이다. 압록강 너머로 중국 단둥(丹東)이 마주 보이는 이 섬은 북중 국경의 최서단 해상 관문이기도 하다.
한반도 전체 최북단 하중도(河中島)
한반도의 가장 북쪽 끝 두만강 하중도는 함경북도 온성군 남양면 풍서동 유원진 (북위 43°00′39″)에 위치해 있다. 이 지점은 두만강이 중국과 북한의 국경을 이루며 흐르는 곳이다. 두만강 상에 형성된 하중도(강 가운데 모래섬)가 지리적 최북단을 이룬다. 중국 투먼(圖們)시에서 훈춘으로 가는 길에 두만강 건너로 풍서리를 바라볼 수 있다.
북위 43도는 어느 정도의 위치인가. 중국에서 이보다 위도가 높은 대도시는 창춘(長春)과 하얼빈(哈爾濱)뿐이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와 거의 같은 위도다. 한반도 최북단과 최남단(마라도, 북위 33도 06분)의 위도 차는 약 10도로, 직선거리로 약 1100㎞에 달한다. 한반도는 북위 33도에서 43도까지 뻗은, 생각보다 훨씬 큰 땅이다.
남한 최북단 육지(고성군)와의 위도 차 약 4.5도 (약 500㎞)이다. 서울에서 하중도까지의 직선거리는 약 650㎞로 이는 중국 상하이, 일본 오사카보다 더 멀다.
사방 극단 섬들의 공통 분모…국가가 선을 긋는 곳
한반도 사방의 극단 섬들에는 공통된 서사가 흐른다.
첫째, 모두 분쟁·긴장의 현장이다. 독도는 한일 간 영유권 분쟁의 최전선이며, 백령도는 서해 NLL의 핵심 거점이고, 비단섬은 북중 국경의 해상 기점이다. 극단에 있는 섬은 그 자체가 국가 주권의 물리적 경계선이다.
둘째, 모두 유배와 고독의 역사를 품었다. 백령도에는 조선시대 귀양지 기록이 남아 있고, 독도는 오랫동안 무인의 절해고도였다. 극단의 섬은 권력이 위험인물을 격리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 고독 속에서 인간은 세계를 더 선명하게 본다.
셋째, 모두 이름이 있다. 마라도·독도·백령도·비단섬·가거도. 이름이 있다는 것은 그곳에 사람의 역사가 깃들었다는 뜻이다. 이름 없는 최남단 바위섬만이 유일하게 이름이 없다. 이름 없는 땅이 국토의 실제 끝이라는 사실은, 국가가 스스로를 얼마나 정밀하게 인식하는지 물어보게 만든다.
넷째, 모두 자연이 아름답다. 마라도의 절벽, 독도의 해조류 군락, 백령도 두무진의 기암, 비단섬의 갈대밭과 코끼리바위. 극단의 자리에서 자연은 언제나 가장 원초적인 얼굴을 드러낸다.
국토의 끝, 경계에 서야 전체가 보인다
지도 위의 숫자는 냉정하다. 북위 33도 06분의 마라도에서 북위 43도 00분의 온성군 하중도까지, 동경 124도 11분의 비단섬에서 동경 131도 52분의 독도까지. 한반도는 그 좌표들이 이루는 거대한 직사각형 안에 존재한다.
그러나 그 안에는 단순한 수치 이상의 것들이 있다. 분단이 있고, 전쟁이 있고, 생존이 있고, 귀양이 있고, 해녀가 있고, 어부가 있고, 점박이 물범이 있고, 이름 없는 바위 하나가 있다.
한반도의 '끝'을 안다는 것은 결국 한반도 전체를 이해하는 것이다. 극단의 섬들이 서 있는 그 좌표들은 한반도가 얼마나 넓고, 얼마나 복잡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이 바다와 함께 살아왔는지를 조용히 증언한다. 그래서 끝에 서야 비로소 전체가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