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스페이스=이종화 기자]
<편집자주> 유튜브, 인스타 등에서 활동하는 인플루언서들이 '협찬을 받지 않았다', '광고가 아니다'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해 "내 돈 주고 내가 샀다"라는 뜻의 '내돈내산'이라는 말이 생겼다. 비슷한 말로 "내가 궁금해서 결국 내가 정리했다"는 의미의 '내궁내정'이라고 이 기획코너를 명명한다. 우리 일상속에서 자주 접하는 소소한 얘기거리, 궁금증, 호기심, 용어 등에 대해 정리해보는 코너를 기획했다.
한반도. 이 글자 안에 우리는 스스로를 가뒀다.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나라, 그러나 중국·러시아와 국경을 맞댄 육지의 나라. 우리는 늘 그 사이 어딘가에서 정체성을 찾아왔다. 그러나 2025년 8월 8일 '섬의 날', 행정안전부·해양수산부·한국섬진흥원이 공동으로 발표한 수치 하나가 그 자명한 전제를 흔들었다.
섬 강국, 따로있었네…스웨덴>노르웨이>핀란드>캐나다>미국>인도네시아>호주>필리핀>일본>칠레 順
대한민국의 섬은 총 3390개다. 2024년 말 기준으로 공식 확정된 이 숫자는 2021년 통계(3382개)보다 8개 늘었다. 그 8개가 어디서 왔는지가 흥미롭다. 새로운 육지가 솟은 게 아니다. 더 정밀해진 측량 기술과 데이터 기반 행정이 기존에 '없던' 것으로 처리하던 조각들을 하나씩 세기 시작한 결과다. 나라가 커진 게 아니라 나라를 제대로 보기 시작한 것이다.
세계의 섬 보유국 순위를 보면 이 숫자의 무게감이 달라진다. 섬 보유국 1위는 스웨덴(26만7570개), 2위 노르웨이(23만9057개), 3위 핀란드(17만8947개)로 나타났다. 모두 전혀 예상못했던 나라들이다.
4위 캐나다(5만2455개), 5위 미국(1만8617개, 알래스카 지역에만 2600개), 6위 인도네시아(1만7504개), 7위 오스트레일리아(8222개), 8위 필리핀(7641개), 9위 일본(6852개), 10위 칠레(5000여개) 순이다.
11위 중국(7226개), 12위 영국(6346개), 13위 그리스(6000여개), 14위 쿠바(4195개), 15위 북한(3579)에 이어 한국(3390개)은 16위권 규모이다.
숫자로 읽는 한국의 섬 지도…전라남도>경상남도>충청남도>인천>전라북도 順
한국섬진흥원·국립목포대 섬진흥원과 해양레저신문의 보도를 종합하면, 3390개 섬 가운데 사람이 사는 유인도는 480개,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무인도서는 2910개다. 유인도 비율은 14.2%에 불과하다. 10개의 섬 가운데 아홉 개 가까이는 인적 없이 파도만 부서지는 무명의 땅이다.
섬에 사는 인구는 81만3475명으로 전체 인구의 1.59%에 그친다. 특히 인구 10명 미만인 섬은 77개로 전체 유인섬의 16.04%에 달하며, 인구 10~50명 섬이 142개로 가장 많은 구간을 형성한다. 반면 인구 100~500명 섬도 118개(24.58%)로 적지 않다.
그중 압권은 따로 있다. 충남 시루섬, 경남 별학도, 전남 장좌도를 포함한 16개의 섬에는 주민이 단 1명뿐이다. 즉 섬 하나를 혼자 지키는 셈이다. 단순한 인구 통계가 아니라, 고독을 선택한 인간의 극단적 자유이며 동시에 공동체 해체의 비극적 징표다. 문학이라면 이 풍경을 낭만으로 채색하겠지만, 행정의 언어로는 '소멸 위기 섬'이라는 냉정한 분류가 기다리고 있다.
지역별 분포를 보면 전국 섬의 절반 이상이 한 지역에 몰려 있다. 위키피디아 한국 섬 목록을 종합하면, 전라남도가 2018개(유인 277개·무인 1741개)로 전국의 59.5%를 차지한다. 2위 경상남도가 555개(유인 80개·무인 475개), 3위 충청남도가 285개(유인 37개·무인 248개), 4위 인천 192개(유인 40개·무인 152개), 5위 전라북도 130개(유인 25개·무인 105개)가 뒤를 잇는다. 반면 동해를 끼고 있는 강원도의 29개는 단 한 곳도 유인도가 아니며, 울산 4개 역시 마찬가지다.
서해·남해·동해…세 바다의 섬들 분포
한국의 섬은 세 개의 바다가 각기 다른 방식으로 품고 있다. 서해(황해)는 강화도·영종도·백령도·안면도가 대표하는 경기·인천·충남의 섬들이다. 평탄한 지형과 조수간만의 대조가 만들어내는 갯벌 생태계가 이 섬들의 정체성을 구성한다. 조선시대 해양 방어의 최전선이자 오늘날 남북 접경의 긴장이 여전히 서린 공간이다.
남해는 섬의 밀도가 압도적이다. 전남·경남 해역에 약 2300여개 섬이 모여 '다도해(多島海)'를 이룬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은 1981년 지정되어 1,700여개 섬을 품고 있으며, 거제도·진도·남해도·완도·거금도 등 한국의 주요 대형 섬들이 이 해역에 집중되어 있다. 해상 실크로드의 요충이자 임진왜란 결전의 무대, 그리고 지금은 연간 수백만 관광객이 찾는 블루이코노미의 중심지다.
동해에는 섬이 드물다. 울릉도와 독도가 사실상 전부다. 강원도의 29개 섬은 모두 무인도다. 동해의 섬은 숫자의 빈곤함 대신 상징성의 농밀함으로 존재한다. 울릉도·독도는 국가 주권의 물리적 표지이자, 영토 분쟁의 복잡한 지정학이 응축된 지점이다.
섬 면적의 스펙트럼…1833㎢에서 0.32㎢까지
한국 섬의 스케일은 극단과 극단 사이를 가로지른다. 위키피디아 한국 섬 목록에 따르면 가장 큰 섬은 제주도(1833.162㎢)다. 면적만 놓고 보면 제주도는 2위 거제도(382.2㎢)의 다섯 배에 육박한다. 그 차이는 숫자 이상의 의미를 담는다. 제주도는 하나의 도(道)이자 독립적인 생태계이며, 2007년 UNESCO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된 '제주 화산섬과 용암동굴'은 인류의 유산으로 인정받은 섬이다. 한라산(해발 1947.06m)은 한국의 최고봉이기도 하다.
면적 순위 2, 3위 거제도(382.2㎢)·진도(374.981㎢), 그 뒤를 4위 ~10위는 강화도(302.582㎢)·남해도(300.935㎢)·안면도(113.460㎢)·영종도(97.480㎢)·완도(90.074㎢)·울릉도(72.861㎢)·돌산도(70.307㎢)가 잇는다.
반면 가장 극단의 위치에 놓인 섬들의 면적은 상상하기 어려울 만큼 작다. 최남단 마라도는 면적 0.32㎢, 해안선 불과 2.7㎞의 손바닥 크기 섬이다. 2024년 기준 인구 81명이 이 작은 땅에서 삶을 꾸린다. 모슬포항에서 남쪽으로 11㎞를 더 가야 닿는 마라도에서 시작해, 한국 국토는 북쪽으로 길게 뻗어 올라간다.
섬의 철학…고독, 경계, 그리고 저항
섬은 언제나 이중의 얼굴을 갖는다. 육지로부터의 단절은 동시에 자유를 의미했고, 유배지는 사색의 공간이기도 했다. 한국 역사에서 섬은 권력자가 위험인물을 가두는 유배지였다. 조선의 선비들이 추자도와 진도, 흑산도로 귀양을 떠났고, 그 유배의 공간에서 《자산어보》 같은 불멸의 저작이 탄생했다. 정약전이 흑산도의 바다를 기록한 것처럼, 섬은 단절 속에서 오히려 세계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만든다.
그 전통은 오늘날의 섬 문화에서도 이어진다. 제주 해녀는 2016년 UNESCO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 맨몸으로 바다 깊은 곳에 뛰어드는 여성들의 노동은, 섬사람의 생존이 육지와 얼마나 다른 방식으로 조직되어 왔는지를 보여주는 인류학적 증거다. 문어와 전복을 쫓아 잠수하는 그 행위 안에는, 바다를 적대가 아닌 공생의 상대로 여기는 수천 년의 철학이 녹아 있다.
완도는 또 다른 층위의 섬 서사를 품는다. 통일신라의 장보고가 청해진을 건설한 이 섬은 9세기 동아시아 해상 무역의 허브였다. 오늘날 완도는 전복·미역·톳의 세계적 산지다. 역사는 반복된다. 바다를 통로로 삼아 세계와 연결되려는 섬의 욕망은 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다르지 않다.
한국은 반도 국가인 동시에 섬나라다. 한국의 해안선 총 길이는 2413㎞에 달하며, 서남해안의 리아스식 해안은 그 자체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해안 지형 중 하나다. 이 복잡함이 다도해를 낳았고, 다도해가 독특한 섬 문명을 키웠다.
다도해는 세계사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지리적 현상이다. 그리스의 에게해 도서군이나 인도네시아의 군도가 각각의 문명권을 형성했듯, 한국의 다도해 역시 독자적인 물질문화·생태문화·해양문화를 축적해 왔다. 다도해해상국립공원(1981년 지정, 약 1,700여 개 섬 포함)은 그 문명의 보호막이자 선언이다.
인구 소멸의 경보…섬이 사라지고 있다
아름다움과 역사의 서사 뒤에는 냉혹한 현실이 있다. 섬 인구는 2010년 이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왔다. 80만명의 섬 주민 가운데 젊은 층은 육지로 빠져나가고, 노인들만 남아 고령화가 가속된다. 16개 섬에는 주민이 단 1명뿐이다. 섬은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소멸 중이다.
대안으로 행정안전부와 한국섬진흥원은 2025년을 기점으로 섬 정책의 패러다임을 '경험 중심'에서 '데이터 기반'으로 전환한다는 방향을 공표했다. 10개 대분류, 26개 중분류, 92개 세분류의 조사 항목을 통해 교통 취약 소외도서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겠다는 것이다.
섬의 날(매년 8월 8일)이 법정기념일로 제정된 것은 2018년이다. '섬(島)'자의 8획, 그리고 여름 성수기인 8월에서 따온 날짜다. 기념일을 만들어야 할 만큼 섬은 잊혀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러나 기념일이 행정적 의례로 그친다면 의미가 없다. 3390개의 숫자가 공식 통계표에 올라가는 것과, 그 섬들이 실제로 살아있는 공동체를 유지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섬 인구 통계에서 한 가지 역설이 있다. 섬 전체 인구 81만3,475명 중 지역별로 보면, 경남이 30만3,274명으로 가장 많고, 인천 21만4,317명, 전남 15만5,929명, 부산 10만8,049명이 뒤를 잇는다. 전남이 섬 수는 가장 많지만 인구는 세 번째다. 거제도·남해도 등 대형 유인도가 많은 경남과, 인천국제공항 등 도시적 인프라를 갖춘 영종도가 있는 인천이 오히려 섬 인구의 중심지다. '섬이 많다'는 것과 '섬에 사람이 산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다.
공간으로서의 '섬', 어떻게 다시 볼 것인가
2025년 8월 8일의 공표는 단순한 통계 갱신이 아니다. 그것은 한 국가가 자신의 몸을 다시 헤아리는 행위다. 3390이라는 숫자는 우리가 오랫동안 과소평가해 온 존재들의 목록이다. 면적 0.32㎢의 마라도에서부터 1833㎢의 제주도까지, 인구 1명의 외딴섬에서 연간 1500만 관광객이 찾는 제주도까지. 한국의 섬은 극단과 극단이 공존하는 다층적 세계다.
섬은 버려진 땅이 아니다. 청해진 장보고의 해상 제국이 증명하듯, 섬은 때로 세계와의 연결 통로였다. 독도가 증명하듯, 섬은 국가 주권의 물리적 기초다. 제주 해녀가 증명하듯, 섬은 인류의 문화유산을 간직한 살아있는 박물관이다. 그리고 인구 1명의 섬들이 증명하듯, 섬은 우리가 반드시 함께 풀어야 할 공동체 소멸의 현장이기도 하다.
데이터 기반 섬 정책은 필요조건이다. 진정한 섬 정책은 수치 너머 그곳에 사는 사람, 그곳에서 사라져 간 사람, 그곳으로 돌아가지 않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데서 시작된다. 3390개의 섬이 통계표가 아닌 살아있는 공동체로 남으려면, 우리는 바다 건너 그 외로운 땅을 더 자주, 더 진지하게 바라봐야 한다.
한국은 3390개의 서로 다른 이야기가 파도에 실려 육지로 닿는 나라다. 그 이야기들을 어떻게 들을 것인지가 앞으로 섬 정책의, 나아가 해양 문명 국가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