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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유통

[이슈&논란] 유전독성 THB '더 감으리 샴푸'서 또 검출…카이스트 교수 마케팅까지 얹힌 ‘K-탈모 샴푸’의 위험한 질주

 

[뉴스스페이스=김희선 기자] 더감으리 샴푸에서 식약처 사용금지 성분인 THB가 검출됐다는 사실은 밝혀졌다. 한국이 2024년 10월 1일부로 THB 함유 화장품의 유통을 전면 금지한 이후 재발한 ‘규제 역주행’ 사례라는 점에서 파장이 크다. 동시에 카이스트 교수 ‘기술고문’ 홍보, 탈모 샴푸 과대광고 논란까지 겹치면서 국내 기능성 샴푸 시장 전반의 신뢰 리스크가 증폭되고 있다.

 

3일 매경헬스가 시험기관 분석 자료를 근거로 보도한 기사에 따르면, 더감으리 샴푸 샘플을 90% 메탄올(MeOH) 용매로 추출·분석한 결과 THB 표준물질과 동일한 분석 패턴이 확인됐다. 시험기관은 이를 근거로 "더감으리 샴푸에서 THB 성분이 확인된다"고 판단했다.

THB, 이미 한 번 금지됐던 성분이 다시 나왔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3년 12월 1,2,4-트리하이드록시벤젠(THB)을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사용금지 화장품 원료’로 지정하고 관련 고시를 개정했다. 개정에 따라 THB가 들어간 화장품은 2024년 10월 1일까지 이미 제조된 재고만 한시적으로 판매하고, 그 이후에는 국내 유통이 전면 금지되는 구조였다. 유럽연합 소비자안전성과학위원회(SCCS) 역시 THB에 대해 “유전독성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하며 화장품 사용에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시험기관 분석에서 더감으리 샴푸 시료를 90% 메탄올로 추출해 분석한 결과, THB 표준물질(0.5ppm)과 동일한 머무름 시간(약 1.5~1.75분)과 동일 분자량 전이(125.0→79.1 m/z)를 보이며 동일 패턴이 확인됐다는 점은, 단순 오염이나 분석 오류로 치부하기 어려운 정황이다. 식약처가 “사용량·사용환경과 무관하게 화장품 원료로 부적절하다”고 못 박은 물질이, 반복 사용되는 샴푸에서 다시 검출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관리체계의 허점을 드러낸다.

카이스트 교수 ‘기술고문’ 홍보와 책임 공방


논란의 확대를 불러온 대목은 제품 유통사 씨앤뷰가 자사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 카이스트 이해신 교수를 ‘기술고문’으로 소개해 왔다는 점이다. 이해신 교수 측은 “더감으리 샴푸와는 기술자문 계약을 맺은 적이 없고, 관여한 제품은 ‘벨라르네 워터 트리트먼트’ 단일 제품”이라고 선을 그었다. 또 “처음부터 홍보에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개선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법리적으로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소비자에게 기술자문·품질보증 관계가 있는 것처럼 오인시키는 표시·광고 책임은 씨앤뷰 측에 집중될 수 있다. 화장품법은 제조 또는 판매가 금지된 원료를 사용한 화장품에 대해 제조·판매업무정지, 제품 회수, 행정처분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표시광고법 역시 사실과 다른 전문성·권위자 활용 광고를 금지한다.

 

과거 의약품으로 오인될 소지가 있는 광고로 MFDS 제재를 받은 사례들에서, ‘○○대 교수’, ‘병원장 추천’ 등의 문구가 판단 기준이 됐던 점을 감안하면, 카이스트 교수 명의 활용은 규제 당국 심사에서 핵심 쟁점이 될 개연성이 크다.

 

그래비티 샴푸, 폭발적 판매와 함께 과대광고 논란 동시 진입

 

이해신 교수가 대표로 있는 폴리페놀팩토리의 ‘그래비티 헤어리프팅 샴푸’는 2024년 출시 이후 국내 기능성 샴푸 시장에서 이례적인 성장 속도를 보였다. 카이스트 석좌교수 출신 창업자, ‘카이스트 특허 기술’이라는 광고 문구, ‘LiftMax 308’ 등 특허 성분 스토리텔링이 결합되면서 CES 전시, 홈쇼핑 완판, 올리브영·쇼핑몰 상위권 진입을 동시에 달성했다.

 

국내외 공개 보도에 따르면 폴리페놀팩토리의 그래비티 샴푸는 2024년 4월 출시 이후 2025년 말까지 누적 165만병 판매, 매출 300억원 수준을 기록했으며, 2024년 9월 롯데홈쇼핑 방송에서 30분 만에 10억원어치를 판매한 사례도 소개됐다. CES 출품 이후 북미·유럽 시장 진출, 아마존 론칭 계획 등이 알려지면서 ‘K-탈모 샴푸’ 대표 브랜드로 부상했다.

 

그러나 국내 임상·마케팅 자료에서 제시된 ‘한 번 사용 후 모발 두께 19.22% 증가, 헤어 볼륨 87.27% 개선, 2주 사용 후 탈모 감소율 73.23%’ 등 공격적인 수치는, 일반 소비자가 의약품과 기능성 화장품을 혼동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표현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로 그래비티 헤어리프팅 샴푸 관련 광고 문구 가운데 ‘# OOOO’ 해시태그 표현이 문제가 돼 ‘의약품으로 오인될 수 있는 허위·과대 광고’ 사안으로 식약처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 및 취소소송이 진행 중이며,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얇고 힘 없는 머리카락, 카이스트 기술로 가능합니다”라고 시작해 탈모가 진행된 모발 상태를 보여준 뒤, 사용 직후 ‘잔머리까지 굵어 보이게’ 변화한 것처럼 묘사하는 영상까지 등장하면서, 규제 당국은 표시광고법·화장품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식약처는 관련 영상에 대해 “표시광고 위반으로 충분히 보인다”며 관할 지방청에서 순차적으로 조사·처분이 진행 중이라고 밝힌 상태다.

 

 

국제 규제·시장 수치로 본 ‘K-샴푸’ 리스크

 

THB 논란은 국내에만 국한된 이슈가 아니다. 유럽연합은 SCCS 의견을 반영해 유도체의 분해 과정에서 하이드로퀴논 등 안전성 우려 물질이 생성될 수 있다는 이유로, 관련 미백·기능성 성분들에 대한 규제를 강화해 왔다. 한국은 2023년 THB를 사용금지 원료로 지정하면서, 2024년 10월 1일 이후 생산품은 THB를 단 1ppm 수준이라도 함유할 수 없도록 규제 수준을 끌어올렸다.

 

그럼에도 갈변샴푸 사태(2020년) 이후 4년 만에 유사 콘셉트의 샴푸에서 다시 THB가 검출됐다는 점은, 기업들의 원료·공정 관리 시스템과 내부 컴플라이언스 체계에 구조적 결함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반면 시장 측면에서 보면, 탈모·두피 케어 시장은 규제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고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한 글로벌 컨설팅사와 국내 화장품·의약 산업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탈모 치료제·케어 제품 시장은 연평균 8~10%대 성장률을 기록하며 2030년 수백억 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한국 역시 기능성 샴푸, 탈모 완화 샴푸, 헤어토닉 등을 포함한 두피·탈모 케어 시장이 연 10% 안팎 성장세를 보이며, 2020년대 중반 1조 원대 시장으로 확대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사안은 바로 이 ‘고성장 시장’에서 규제와 마케팅, 과학과 상업성이 얼마나 불안하게 맞물려 있는지를 드러낸 사건이다.

남은 쟁점과 향후 시나리오


현재 쟁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첫째, 식약처 공식 재분석에서 더감으리 샴푸의 THB 검출 여부와 함량, 원료 경로가 어떻게 규명되느냐에 따라 제품 회수,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 강도와 형사책임 여부가 갈릴 수 있다.

 

둘째, 씨앤뷰의 카이스트 교수 ‘기술고문’ 홍보가 광고·표시법상 소비자 기만에 해당하는지, 이해신 교수 측이 주장하는 ‘무단 사용’이 어느 정도까지 입증되는지가 향후 민·형사 책임 분쟁의 관건이다.

 

셋째, 폴리페놀팩토리의 그래비티 샴푸 관련 소송과 과대광고 조사 결과에 따라, 국내 기능성 샴푸 업계 전반의 광고 관행과 임상 데이터 공표 방식에 대한 규제 가이드라인이 한 단계 강화될 가능성이 크다.

 

업계 전문가는 "유전독성 논란이 이미 한 차례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성분이 다시 등장했고, 과학자의 이름과 대학 브랜드가 ‘기술 보증 수표’처럼 소비되는 구조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단순한 개별 제품 이슈를 넘어 한국 뷰티·바이오 산업의 거버넌스를 되돌아보게 한다"고 지적했다.

 

식약처의 최종 판단과 기업들의 책임 있는 해명, 그리고 대학·연구자들의 이름이 상업 광고에 어떻게 쓰여야 하는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동시에 요구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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